<청명(聽茗), 청호(聽壺), 청신(聽身), 청심(聽心)>
차(茶)에 몰입한 경지 4단계 차원이다. 같은 차라도 차를 즐기는 사람에 따라 그 향과 깊이가 달라진다.
청명(聽茗)은 차를 마시기 전에, 차잎을 만져서 알고, 눈으로 보고 알고, 안보고도 아는 경지이다.
청호(聽壺)는 차 잎이 다호(다관)에서 우려질 때 그 소리를 듣고 아는 경지. 다호 안의 상태와 차를 우리는 사람의 마음이 상응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청호를 알면 이 차가 어느 정도 우려졌는지 직감적으로 알고,
최적의 타이밍에 차를 찻잔에 따를 수 있다.
청신(聽身)은 차가 내 몸에서 폐를 돕는가, 간을 보강하는지를 아는 경지.
즉, 차 한 잔이 오장육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느끼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청심(聽心)은 차를 마시면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즉 슬퍼지는가, 기뻐지는가, 화평해지는가 등 마음의 변화를 인식하는 경지.
즉, 마음속 온갖 슬픔과 분노, 불안함 등이 차 한 잔에 비워지고, 그 자리에 평온이 채워지는 과정을 온전히 느끼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4단계의 바탕이 ‘관(觀)’이다..
관이란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관(觀)의 의미다.
즉 관조(觀照)가 그 핵심이라는 것. 무슨 말인가.
차의 깊은 경지는 관조라는 뜻이다.
자세히 풀어보면 이렇다. 차의 맛을 느끼려면 우선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마음이 요동치면 미세한 차의 맛이 혀로 감지되지 않는다.
마음이 바쁘거나 출렁거리는 사람은 차의 맛을 느낄 수 없다.
그 다음에는 자기를 비워야 한다.
에고(ego)를 없애야 차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한잔의 차를 마시는 것이 자기를 비우는 작업으로 전환되면 그것이 바로 관(觀)이 된다.
<출처 : 조용헌 著 '방외지사'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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