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
홍도화(紅桃花) 아래 침향 가라대관(伽羅大觀)과 문경 <관음요> '이라보 편신 다완'에
말차는 星野製茶園[호시노 제다원]의 한정품인 '宝授(보수)'가 자리합니다.
원통형 銅향로에는 반야심경이 새겨져 있고 몸통 중간 중간 큰글자는
향연이 나오도록 뚫려있습니다.
말차에 이어 중국 복건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 무이암차(武夷岩茶) '백계관(白鷄冠)'을 세상에 하나뿐인 '靑畵菊蝶文壺(청화국접문호)'에 투차합니다.
차호에 시문된 추사 김정희의
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의 해석은 다양합니다.
효당 최범술(1904~1979)님은
"정좌한 자리에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일세,
묘용의 시각에 물은 절로 흐르고 꽃은 홀로 피고 지네"라고 번역해 놓고,
“이 선귀의 드높은 경지는 원문 그대로 음미하는 것이 좋다”면서
“번역을 하면 비단을 뒤집어 놓은 격”이라고 부언하였습니다.
정좌처(靜坐處)와 묘용시(妙用時), 다반향초(茶半香初)와 수류화개(水流花開)로 댓구를 이루는데,
공간과 시간, 靜(정)과 動(동)이 대비됩니다.
그런데 체상용(體相用)으로 살펴서
사람마다 각각 해석이 다른 다반향초(茶半香初)의 의미를 나대로 집어내 봅니다.
정좌처(靜坐處)는 진여(眞如)의 체상(體相)에 비유되어,
체와 상은 과거에 생긴 것도 아니요
미래에 없어질 것도 아니고, 언제나 변함이 없으니
다반향초(茶半香初) 즉, 차를 반나절을 마셨든 반쯤을 마셨든 香(향)은 처음 그대로고,
묘용시(妙用時)는 진여(眞如)의 용(用)에 비유되어
시절인연 따라
수류화개(水流花開) 즉, 물도 흐르고 꽃도 피도다.
또한 진공묘유(眞空妙有)로 설명하면
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는 진공(眞空)에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는 묘유(妙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성본스님의 설명입니다.
“정좌처(靜坐處)는 진여 본성의 당체(當體)를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묘용시(妙用時)는 진여 본성의 지혜 작용[妙有]을 시간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다도삼매에서 진여의 본체와 작용으로 시절인연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수연(隨緣)의
묘용을 노래한 아름다운 선다시(禪茶詩)이다.“
가) 정좌처(靜坐處) : 중생심의 번뇌 망념이 완전히 텅 비워진 진공(眞空), 진여 본성의 근본 당처
나) 다반향초(茶半香初) : 추사가 처음 사용한 독창적 선다어(禪茶語)로 진여 본성의 지혜로 차를 마시며
법담(法談)과 도담(道談)을 나누는 다도삼매의 법향을 말한다.
cf.다반(茶半)과 야반삼경(夜半三更)의 야반(夜半)
*향(香)은 법향(法香)이며 묘향(妙香)
*초(初)는 진여 본성의 근본 당체[本體]이며, 진여 본성은 처음부터 본래 그대로 여여부동(如如不動)한 경지이다.
cf. 초발심이 곧 정각
다) 묘용(妙用) : 진여 본성의 불가사의한 지혜작용
라) 水流花開(수류화개) : 진여 본성이 자연스럽게 생명활동[지혜작용]하는 묘유의 세계에서
묘용이 실행되는 것에 비유한 구절
cf. 水流花開는
*당나라 유건(劉乾)의 시에
空谷無人 水流花開(공곡무인 수류화개, 빈 골짝 사람없어도 물 흐르고 꽃 피네),
*송나라 소동파(蘇東坡)의 십팔대아라한송(十八大阿羅漢頌)에
空山無人 水流花開(공산무인 수류화개, 빈산에 사람없어도 물 흐르고 꽃 피네),
*송나라 시인인 산곡(山谷) 황정견(黃庭堅)의 시에도
空山無人 水流花開((공산무인 수류화개)라는 구절이 있으며,
*종범스님도
‘如何是 緣起法故(여하시 연기법고)
어떤 것이 연기법인고
無人空山(무인공산)에 水流花開(수류화개)라.
사람 없는 빈산에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라고 게송으로 법문을 마무리한 적이 있습니다.
차호는 중국 고도자(古陶瓷) 전문인 다우(茶友) 고월간님이,
중국 원(元)나라 시절부터 청화자기에 사용해온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차호 한점에 수백에서 천만원을 넘게 호가하는 중국 경덕진 小雅(소아)의 협조로 小雅(소아)와
같은 재료와 방식으로 제작한 오야재(悟若齋) 차호인데,
고령토에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화학청화안료가 아닌 전통 천연청화안료와 유약 엮시
화학유약이 아닌 유과 원석을 정제한 천연유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차호(茶壺)에 쓰여있는 글귀
<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는
다우(茶友)인 시우담님이 경덕진으로 가서 회원들 각자의 호에 각자가 원하는 글귀를 직접 시문할때
내가 신청한 글귀입니다.(세상에 하나뿐인 차호입니다.)
호의 수려한 글씨를 시문한 시우담님은 고 여초 김응현 선생께 서예를,
고 회정 정문경 선생께 전각을 사사하였고,
중국 항주에서도 수년간 서예를 읶힌 분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초대전을 가진 바 있으며,
우리 관음사 '백팔고찰순례단'이 순례한 108여 천년고찰의 도장 인영을 표구한
회원 각자의 액자 왼쪽 아래 삽입된
'觀音寺 百八古刹巡禮團 巡禮 圓滿廻向(관음사 백팔고찰순례단 순례 원만회향)'
글을 써주신 서예가로,
천태종 성보박물관에 봉안된 세계최대 단일 서예작품(비공식)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7만여자를 240폭(8폭병풍 30틀, 높이 2m50㎝, 총길이 144m)에 사경하였으며,
몇년전에는 팔공산 <파계사(把溪寺) 성전암(聖殿庵)> 불이문 편액과 주련을 썼고,
재작년에는 경허(鏡虛)와 혜월(慧月)의 법맥(法脈)을 이어 받아 향곡(香谷)선사께
법맥을 전한 운봉(雲峰)선사께서 1941년에 창건하고,
현 조계종 종정이신 진제(眞際)선사께 전법게(傳法偈)를 내리시며
임제정맥(臨濟正脈)을 부촉하신 향곡(香谷)선사께서 중창하시고,
청담(靑潭), 성철(性徹), 서옹(西翁), 월산(月山) 등 당대의 선지식 승려들도
법을 위하여 몸을 잊고 처절히 수행 정진[爲法忘軀]하였던 기장군 임랑
<묘관음사(妙觀音寺)> 보화원(普化院) 편액과 주련 6폭을 쓴 전국휘호대회 초대작가입니다.
위 차호로 내린 차 백계관이 생산되는 무이산은 도가에서 말하는 36동천의 제16동천이며
백계관은 제16동천의 도차(道茶)라고 들 하며,
도사가 정좌수도의 조기양생을 돕는 차로 음용하였다고 합니다.
무이산 천심사가 발원지인 대홍포가 불차(佛茶)라고 한다면,
백계관은 무이산 유일의 도차(道茶)입니다.
백계관(白鸡冠)은 대홍포(大红袍), 철나한(鐵羅漢), 수금귀(水金龜)와 더불어 무이암차(武夷岩茶)의 4대명총 하나로,
무이산의 혜원암에서 나오는 차입니다.
녹엽홍양변(綠葉紅鑲邊), 삼홍칠녹(三紅七綠)의 무이산 무이암차(武夷岩茶) '백계관(白鷄冠)'
백계관이라고 이름 지어진 시기는 명나라때인데,
무이산의 혜원사의 스님이 어느날 독수리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금닭을 발견하고
겨우 독수리를 쫓았으나 금닭은 깊은 상처로 인해 죽게 되었고,
스님은 이 금닭을 인근 차밭에 묻어주었다고 하는데.
다음해 봄 금닭을 묻은 차밭에 예전과는 다른 차나무 한그루가 자라났고,
그 차나무의 찻잎의 모양이 흰색을 띤채 돌돌 말아 올라간 것이 마치
흰 닭의 벼슬처럼 보였다고 하여,
이 차나무의 이름을 백계관이라고 지었답니다.
백계관을 제외한 무이산의 차들의 잎은 흑록색이며 돋아나는 싹이 꼿꼿하고
솜털이 없고 깔끔하다고 합니다.
오직 백계관 만이 새싹이 잎으로 펴질 때 부드럽고 연한 것이 비단 같고,
연한 록황색이고,
진한 녹색의 묵은 잎과
선명한 색의 층을 이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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