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스크랩] (18) 차와 불(역대 음다법)

청원1 2016. 10. 26. 17:19

 

(18) 차와 불(역대 음다법)
"가볍게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 수준"
2012년 06월 05일 (화) 18:16:15박영환 p-chonan@hanmail.net


1.차 달이는 절차

  


차를 달여 마시는 방법에 있어 당대(唐代)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물 끓이기’와 ‘점다법’이다. 당나라 때는 어안(魚眼), 용천연주(龍泉連珠), 등파고랑(騰波高浪)의 삼비(三沸)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송나라 때 와서는 어안(魚眼) 앞에 해안(蟹眼:게의 눈모양)이 한 단계가 더 추가 되어 사비(四沸)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일비(一沸:해안)→이비(二沸:어안)→삼비(三沸:용천연주)→사비(四沸:등파고랑)의 순으로 이루진다. (알기 쉽게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송대 점다법(모형)


차를 달이는 방법에 있어서 다른 점은, 당대(唐代)에서 솥에서 끓인 물에 차가루를 넣고 다린 후, 각 차발에 나누어 따라 마시는 ‘전다(煎茶)’가 송대에 이르러서는 차가루를 넣은 찻사발에 끓인 물을 붓고, 다선(茶筅)으로 격불(擊拂)하여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 ‘점다법(點茶法)’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2. 점다법(點茶法)

송대 점다법에 대한 기록은 채양(蔡襄)의《다록(茶錄)》과 휘종(徽宗)황제의 《대관다론(大觀茶論)》에서 각각 전하고 있으나, 휘종황제 조길(趙佶)의 《대관다론》이 비교적 더 구체적인 편이다. 《대관다론》에 의하면 점다법은 대략 정면점(靜面點), 일발점(一發點), 칠탕법(七湯法) 등의 3가지 방법이 있다.

①‘정면점(靜面點)’

차 반죽에 끓인 물을 붓고, 손은 무겁고 찻솔(다선:茶筅)은 가볍게 휘저어(擊拂) 좁쌀무늬나 게눈(해안:蟹眼)모양이 없게 하는 것으로, ‘찻물의 표면이 고요하게 달여진’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는 가벼운 휘젓기(격불)로 인해 차의 거품을 피워 세울 수가 없다. 물젖(水乳)이 묽지가 않아서 다시금 끓인 물을 더 붓게 되면 윤이 다 없어져서 화려한 거품도 잠기고 흩어져서 차는 세워 만들어진 것이 없는 셈이다.

 

  

▲ 송대 투다도(鬪茶圖)


②‘일발점(一發點)’

 

끓인 물을 연이어 부으면서 손과 찻솔을 모두 힘차게 격불하여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게 하는 것인데 한 번에 거품을 피워 달인다는 뜻에서 ‘일발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끓인 물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이 원활치 못하여 미처 죽면(粥面), 즉 차죽의 표면도 걸쭉하게 엉기지 않아서 차의 힘이 다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차탕의 표면에 운무(雲霧)가 뜨더라도 금이 생겨나기 쉽다. (여기서 금이란 ‘수각(手脚)’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찻사발에서 엉기었던 찻가루와 끓인 물이 고르게 잘 섞이지 않고 분리되어 갈라지는 금으로 ‘수흔(水痕)’ 또는 ‘수선(水線)’이라고도 한다.)

③‘칠탕법(七湯法)’

  

▲ 송대의 말차로 포다한 모습

점다법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제1탕’은 차의 양을 재어 끓인 물을 받고, 아교(阿膠)를 녹여 개듯이 고루 섞은 뒤, 잔의 가장자리를 따라 탕을 따르되 차를 적셔서는 안 되며, 또한 그 기세가 세차서도 안 된다. 처음엔 차를 고르게 뒤섞이도록 천천히 반죽 하다가 점차 속도를 높여서 격불을 한다.

손은 가볍고 차솔은 무겁게 하면서 손가락은 감싸듯이 하고, 팔을 돌린다. 이로써 위아래가 모두 투명하게 되어 마치 효모나 누룩에 밀가루가 부풀어 오르듯 하여, 마치 드문드문한 별과 희고 밝은 달이 찬연(燦然)이 생겨난 듯하다. 이로써 차의 근본(根本)이 선 것이다. 즉, 말차(末茶)를 우려내기 위한 기본 조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제2탕’은 차의 표면에 직접 따르고 둘레를 한 줄기 돌린다. 급히 따르고 급히 멈추면 차의 표면이 움직이지 않는다. 격불을 힘차게 하면 빛깔과 광택이 점점 나기 시작하여 진주구슬 같은 거품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제3탕’은 수량의 다소(多少)는 전과 같지만, 격불은 갈수록 가볍고 고르게 하는 것을 귀히 여긴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돌아와 차의 표면과 속이 환히 통하게 되면, 좁쌀무늬와 게눈(蟹眼)이 뜨고 모여서 뒤섞이며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차의 빛깔은 이미 십 분의 육 내지는 십 분의 칠까지는 얻어진 것이다.

‘제4탕’은 아낌을 중시한다. 솔(筅)을 돌릴 때는 약간 넓게 느슨하게 돌려야하며 빠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차의 맑고 참된 화려한 색채가 이미 환하게 피어날 뿐만 아니라, 차죽(茶粥)의 표면 위로 점점 뽀얗게 가벼운 운무(雲霧)가 생겨나게 된다.

  

▲ 송대 다완

‘제5탕’은 분량을 약간 멋대로 따른다. 솔은 가볍고 고르게 해서 통하여 뚫리게 한다. 만약에 거품 피워 세우기가 미진하면 부딪치기(擊)로써 일으키고 거품의 피워 세우기가 이미 지나쳤다면 떨어버리기(拂)로써 거둬들이고 마시면 된다. 이 상태는 깊은 아지랑이가 모이고, 눈이 엉기어 모인듯하고, 차의 향(색)은 최고에 다다른 것이다.

‘제6탕’은 거품 피워 세우기의 모양을 보고 젖 같은 액이 한도에 이르러 힘차게 일어나거든 솔로 붙여서 느슨하게 두르고 떨어버릴 뿐이다.

‘제7탕’은 가볍고도 맑은 것과 무겁고도 흐린 것을 분간하며, 묽고 진함을 살펴보아 중용(中庸)을 얻도록 따르고,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격불(擊拂)을 멈춘다. 그러면 ‘젖 같은 안개’ 즉 유무(乳霧)가 솟아올라서 찻잔을 넘쳐서 일어나 은은히 둘레에 엉기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것을 ‘잔 물림’, 즉 ‘교잔(咬盞)’이라고 한다. 마실 때는 그 가볍고도 맑으며 둥실둥실 떠 움직여서 겹친 것(거품)을 균등하게 갈라서 마신다.

《동군록(桐君錄)》에 이르기를 “차에는 발(餑)이 있는데 이를 마시면 사람에게 알맞다.(桐君錄曰, 茗有餑, 飮之宜人)”고 하였다. 비록 많이 마실지라도 지나침은 없는 것이다.

이상은 송대의 휘종(徽宗)황제가 저술한《대관다론(大觀茶論)》의 원문을 토대로 번역과 약간의 보충 설명을 덧붙였지만, 실로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점과 잘 이해 가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원문 번역에 충실하다보니, 문체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대분이다. 그러나 현대적 감각의 문체로 쉽게 설명하다보면 자칫 오역(誤譯)의 과실을 범하기 십상이어서 일단 직역에 가깝게 문장을 번역하였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더 쉬운 말과 문체로 설명할 것을 기약해 본다.

참고로 ‘점다(點茶)’의 점(點)이란 ‘물방울’ ‘점(點)’이란 뜻이다. 즉 거품이 물방울, 점처럼 일어나게 차를 우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다’이란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현대 퓨전 음료인 ‘녹차 라떼’라고나 할까? 일단 그런 정도로 쉽게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박명환 중국 / 사천대학 객좌교수


출처 : 허공처럼살자
글쓴이 : 여허공(如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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