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스크랩] (17) 차와 불 (역대 음차 방법)

청원1 2016. 10. 26. 17:19

 

(17) 차와 불 (역대 음차 방법)
차와 물, 불의 삼합이 차탕의 품음 이뤄내
2012년 05월 01일 (화) 17:48:22박영환 p-chonan@hanmail.net


  

▲ 역대 조원 육우팽다도


한 잔의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와 물과 불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하며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3대요소이다. 따라서,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좋은 차와 좋은 물이 필요한 것은 물론 차를 달이기에 적절한 ‘불의 세기[火候]’를 살피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명나라 전예형(田藝蘅)도 《자천소품(煮泉小品)》에서 “물이 있고, 차가 있어도 불이 없어서는 안 된다(有茶有水, 不可以無火)”고 말하였다. 그만큼 이 세 가지 요소는 차를 마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필수조건이면서도 오히려 모두 제대로 갖추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기에 육우는《다경》의 <5.차 달이기>에서 차를 달이는 절차를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그러므로 이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잘 갖추어 차를 달이거나 우려내는 것만 살펴보아도 능히 그 사람의 다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 볼 수가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불의 세기는 매우 중요하다. 차를 잘 달였느냐 아니냐는 바로 불의 조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의 포다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불은 물의 온도를 좌우하고, 물의 온도는 차의 침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불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차방법 또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해왔다. 즉, 당대 이전의 자다법(煮茶法)과 전다법(煎茶法), 당대의 전다법, 송대의 점다법(點茶法), 명대의 포다법(泡茶法) 등으로 각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아울러 각 시대의 음차방법은 또 다기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오직 ‘차와 물, 그리고 불의 삼합(三合)’이다. 각 시대별로 변화해온 음차방법에 따라 차와 물 그리고 불의 사용이 어떻게 조화롭게 좋은 차탕의 품음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여러 문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구다(灸茶)


1) 육우의 전다법(煎茶法) ― 당대(唐代)의 표준 전다법 

옛 사람들은 차를 달이는 것을 전문적 기술성이 매우 요구되는 학문의 한 영역으로 간주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육우는 전다(煎茶)의 고수였다고 한다. 육우를 주워 기른 지적(智積)선사는 평생 차 마시기를 매우 좋아했을 뿐 아니라 차에 대한 요구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육우가 달인 차가 아니면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당나라 대종(726~779년)은 이를 기이하게 여겨 지적(智積)선사를 황궁으로 불러들이고는 몰래 자수전다(煮水煎茶:물을 끓이고 차를 달이는)의 고수를 시켜 차를 달이게 한 뒤, 지적선사에게 주었다. 지적선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찻잔을 내려놓고는 “이것은 육우가 달인 차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대종은 다시 몰래 사람을 시켜 육우에게 황궁으로 들어와 차를 달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육우가 달인 차를 지적선사 앞에 내놓았다. 지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희색이 만연하여 말하기를 “이 차는 육우가 직접 달인 것입니다.” 이에 대종황제는 크게 감탄하며 커튼 뒤에 숨어있던 육우를 나오게 하여 지적선사와 상봉토록 해 주었다고 한다.

  

▲ 육우자다도(陸羽煮茶圖)

고대의 자다법(煮茶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끓이기(煮水)’와 ‘차 달이기(煎茶)’이다. 먼저《다경(茶經)・오지자(五之煮)》에서 육우가 설명한 전다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육우의 전다법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누며,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는 없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물 끓이기’와 ‘차 달이기’ 부분이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어져 있어 육우가 이 두 부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짐작케 한다.


① 차 굽기(구다:灸茶)
차는 바람에 불씨가 날리어 꺼져가는 불에 굽지 않는다. 차를 구울 때는 불에 바싹대고 자주 뒤집어가며 골고루 구워지도록 한다. 차가 언덕처럼 도톰하게 부풀어져 거북등처럼 갈라지면 불에서 잠시 다섯 치 정도를 뒤로 물려서 말렸다가 부풀어졌던 차가 원상태로 펴지면 다시 처음 방식대로 굽는다. 이렇게 해서 다시 불이나 햇볕에 말리는데 불에 말린 것은 불기에 데워지면 멈추고, 햇볕에 말린 것은 부드러워지면 멈춘다.


② 불(火)의 재료
불은 숯을 이용해서 지피고, 숯이 없을 경우 굳센 섶나무(뽕나무・홰나무・오동나무・참나무 등)를 사용해서 지핀다. 일찍이 지지거나 굽기를 겪어서 누린 기름 냄새가 나는 숯과 진이 있는 나무(측백나무・전나무 등)와 썩은 그릇은 쓰지 않는다.


③ 물(水)의 선택
차를 다일 때 물은 산의 물이 으뜸이요, 강물이 그 다음이며, 우물물은 하품에 속한다. 산의 물 중에서도 젖샘과 돌못에 천천히 흐르는 것을 가리어 떠낸 것을 으뜸으로 친다. 폭포의 물 솟음이나 양치질 소리가 나는 여울물은 마시면 안 된다. 오래 마시게 되면 목병이 나게 된다. 또 산골짜기에 많은 샛 줄기는 맑게 잠긴 채 흘러가지 않는 고인 물이기 때문에 물꼬를 터서 나쁜 기운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샘물이 졸졸 흐르게 한 뒤에 잘 잔질하여 쓰는 것이 좋다. 강물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많이 떨어진 곳에서 취하며, 우물물은 사람들이 많이 길어 쓰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④ 물 끓이기[煮水]와 차 달이기[煎茶]
물이 끓는 상태는 삼단계로 나누어 구분하는데, 첫 번째 끓음을 일비(一沸)라 하고, 물고기 눈[魚眼]같은 물방울이 생길 때를 말한다. 두 번째 끓음을 이비(二沸)라하고, 구슬 같은 물방울이 목걸이를 꿰어놓은 듯 연이어 샘솟을 때[湧泉連珠]를 말한다. 세 번째 끓음을 삼비(三沸)라고 하며, 이때는 솥 안의 물이 펄펄 끓어서 파도를 치듯 일렁이며 북치는 소리가 나는 상태[騰波鼓浪]를 말한다. 차는 삼비(三沸)의 단계에 이르기 전인, 이비(二沸)의 단계에서 다리게 된다. 삼비 이상 끓이게 되면 물이 쇠어져서 먹지 못한다. 차를 달이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당대의 자수호(煮水壺)와 풍로(風爐)

㉠ 일비(一沸)에 물을 분량에 맞추고 소금 맛으로 고르며 간을 맛보던 것은 버린다.
㉡ 이비(二沸)에서는 물 한 표주박을 떠내고 대젓가락[竹筴]으로 끓는 물 가운데를 세게 빙글빙글 휘저으면서 가루차 적당량을 탕의 가운데에 떨어뜨린다.
㉢ 삼비(三沸)에서 찻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미리 떠내 놓았던 물을 다시 부어 물의 끓음을 멈추게 하고 차의 성분이 우러나도록 한다.
㉣ 차가 처음 끓기 시작하면 거품위에 생겨난 검은 운모를 걷어서 버린다.
㉤ 차를 잔질하여 여러 사발에 옮겨 담을 때는 거품과 발(餑)을 고르게 하여 따른다.
㉥ 차 맛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잔이 제일 낫고, 세 번째 잔이 그 다음이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잔 이상은 부득이 목이 마르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당대에는 육우(陸羽) 외에도 뛰어난 다인들이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소이(蘇廙)’같은 이는《탕품(湯品)》을 저술하여 물 끓이기를 할 때 필요한 도구와 연료 및 각종 끓인 물에 종류 등에 대한 모든 것을 ‘십육탕품(十六湯品)’으로 귀납・정리하였다.




-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출처 : 허공처럼살자
글쓴이 : 여허공(如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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