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의 다게례(茶偈禮) >>
조선시대 불교의식을 적은 문헌에서는 다게(茶偈)-일종의 정형화된 다에 관계된 게송(偈頌)으로 주로 불전(佛前)에 있는
다기(茶器)로써 다를 행할 때 송한다-가 많이 나타나지만 막상 다례란 단어가 나타나기는 조선 중기 때이다.
지환도인(智還道人)이 지은 의전서(儀典書)인 『수륙의문(水陸儀文) 범음집(梵音集)』을 보면 사구재(四九齋)를 지낼 때 재자(齋者)가 위패를 모시고 영단(靈壇)에 나가서 다기에 다를 따르며 다편(茶偏)를 송(頌)한다.
‘百草林中一味新 백초임중일미신
趙州常勸幾千人 조주상권기천인
願使亡靈歇苦輪 원사망영헐고륜
願使孤魂歇苦輪 원사고혼헐고륜
願使諸靈歇苦輪 원사제령헐고륜‘
백초(百草)중에 뛰어난 다나무여 조주(趙州)스님이 항상 여러 사람에게 권했구나.
강심수(江心水)를 돌솥에다 끓여
영단(靈壇)에 바치니 원컨대 고륜(苦輪)에서 헤어나소서
***茶의 珍味를 말한다.
오늘에 주는 이 차는 보통차가 아니라 백가지 풀잎중에 가장 珍味가 있는 차이다.
이 차는 중국
趙州스님께서 즐겨하시었고 또한 趙州스님께서 수많은 사람에게 勸하신 차로 써 돌로 만든 솥에 江心水를 가져다 끓였다는 뜻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戒定慧水를 말한 다. 戒定慧에서 흐른 甘露茶를 마시어 三途苦輪을 면하라는 뜻이다.***
의식에서 차를 올리며 아뢰는 게송을 다게 라 하는데 각 전(殿)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향수해례. 소예참례. 강원상강례 등에서는
'아금청정수(我今淸淨水) 변위감로다(變爲甘露茶)
봉헌삼보전(奉獻三寶殿)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를 송하고,
관음예문례에서는
'금장감로다(今將甘露茶) 봉헌증명전(奉獻證明前)
감찰건간심 (監察虔懇心)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라고 송한다.
새벽 예불을 할 때 원래의 다게는
'금장감로다(今將甘露茶) 봉헌삼보전(奉獻三寶殿)
감찰건간심(監察虔懇心)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원수자비애납수(願垂慈悲哀納受)
'지금 감로차를 달이어서/ 삼보님 앞에 올리오니/
대중(제자)의 간절한 정성 굽어 살피시어/ 원컨대
애처롭게 받아 주시옵소서/
원컨대 자비를 드리우사 애처롭게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라고
읊었는데 조선시대에는 차의 품귀현상이 일어나
정화수를 올리고 다게송을 하였다.
그러나 정화수로 다게송을 올리는 것은 부처님을 속이는 행위라고 하여 백파 긍선(白坡 亘璇 1767∼1852)선사가 불교의 제반 의식을 편집해 놓은<석문의범(釋門儀範)>의 모본이라 할 수 있는 <작법귀감(作法龜鑑)>의 천도의식 전에 영가를 부르는 의식인 대령 진행방법을 담은「대령정의(對靈正儀)」편의 다게(茶偈)에
"我今淸淨水 아금청정수
變爲甘露茶 변위감로다,
奉獻證明前 봉헌증명전
願垂哀納受 원수애납수"하는 내용이 실리게 된다.
차를 쓰지 말라 한 왕명을 지키되 부처님께 최고의 공양물인 향기로운 차를 맑은 물로 대신 하려는 스님의 심정이 '감로차로 삼아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례를 대례로 알고 받아 달라고 말하는 이야기와 맥이 통하는 것이다. 여기서 증명은 죽은 이의 영혼을 아미타부처님께 인도하는 대성인로왕보살(大聖引路王菩薩)을 뜻하는 말로 주로 지장보살이 그 역할을 담당하지만 관세음보살 등 다른 보살도 그 역할이 가능하다.
이 다게는 오늘날 아침예불에 전승되고 있으나 근래에 아침 저녁예불을 오분향례로 단순화하면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리고 평상시 부처님께 올리는 예불에는 청정수를 올리고 나머지는 차를 썼음이 다른 모든 의식에 차를 올리는 내용을 보아 알 수 있다. <작법귀감>의 다게 바로 다음에 나오는 국혼청에도 법주가 차를 올리고 삼배 드리는 예식이 나와 있을 정도이다.
***불교에서는 아침예불시 부처님께 차를 올린다. 그런데 그 차는 맑고 깨끗한 물을 떠다가 차를 달여 감로다로 만들기 때문에
'변위감로다'라고 하는 것도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불시 실제 차를 올릴 때에는 ‘금장감로다’로, 청정수로 차를 대신할 때에는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를 쓰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된다.***
또, 신중단에서는
'청정명다약(淸淨茗茶藥) 능제병혼침(能除病昏沈)
유기옹호중(唯冀擁護衆)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로 송하며
삼보통청에서는
'공양시방조어사(供養十方調御士) 연양청정미묘법(演揚淸淨微妙法)
삼승사과해탈승(三乘四果解脫僧)
원수자비애납수(願垂慈悲哀納受)'라고 송한다.
불교와 차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차는 불교와 함께 전래되었고 불전에 올리는 중요한 공양물의 하나이기도 하며 그리고 수행자들로서는 머리를 맑게 하고 잠을 쫓아주는 덕에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게 되었다.
불가에서는 몸을 유택하게 하고 업의 불을 꺼서 각기 해탈을 얻게 하는 약으로서 향과 차를 사용하므로 등불과 향과 차를 3대 공양물로
치고 있다. 민간에서는 청정수를 떠다가 신께 바치나 불교에서는 차를 달여 부처님과 중생이 함께 해탈을 얻게 하는 것이다.
관음보살은 이 물을 감로병에 담아 마군(魔軍)을 세탁하고 열뇌를 녹여 세상 사람들에게 청량한 서기를 얻게 하였다.
또한 차는 선과의 만남으로 인하여 ‘다선일치’(茶禪一致) 사상이 완성됨으로써 일상적 생명력을 가진 선다(禪茶)문화를 형성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큰스님들의 탄신일 또는 열반일에 지내는 제사를 다례(茶禮)라고 부른다.
특히 음력 4월 8일 석가모니 부처님 오신
날 차(茶)를 올린다는 기록이 선원(禪院)의 청규를 담은 백장선사(百丈禪師.720~814)의 <백장청규>권2, 「불강탄(佛降誕)」조에
"향화등촉(香花燈燭)과 다과(茶菓)와 진수(珍羞)를 올리고 공양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주지가 상단에 처음 향을 올리고 삼배를 하며, 다시 향을 사르고 점다(點茶; 차를 내는 일)를 한 뒤 삼배를 하고 나서 방석을
걷는다.’ 라고 불단의식 중에 다사(茶事)가 나온다.
이러한 ‘존경하여 드리는 헌다의식’인 불가의 다례에서 출발한 차는 점점 다반사(茶飯事)라는 일상적인 형태로 대중화되어 온 것이다.
~다게례(茶偈禮)에 대한 몇가지 자료들을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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