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주택법 제46조 제1항, 제3항, 부칙 제3항 등과 관련해 결정을 내렸다. <관련기사 제605호 2008년 8월 13일 참조> 2005년 위헌여부에 관한 심판 제청 후 빠른 결정이 나오지 않아 헌재가 늦장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또 하자보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엇갈린 판결이 나와 헌재의 결정에 아파트 입주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파트 하자소송 전문 변호사 4인에게 2회에 걸쳐 헌재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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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던 각급 법원판결에 일관성 유지, 사법불신 해소가능 | ◈ 좋은합동법률사무소 김남식 변호사=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해 그동안 공동주택 하자보수금 청구소송과 관련해 법원 재판실무에서 크게 혼선을 빚었던 개정된 주택법(2005. 5. 26. 법률 제7520호로 개정되고, 2008. 3. 21. 법률 제89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소급적용은 할 수 없게 됐다. 즉 법원은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의 근거법령과 관련해 2005. 5. 26. 주택법 개정 이전에 사용승인(임시사용승인 포함)을 받은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야 하며, 개정 이후에 사용승인을 받는 공동주택에 대해서만 주택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주택법 개정 전에 적법하게 집합건물법에 의해 건축주나 분양자에게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구법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보호함으로써 사법권리구제의 폭을 강화했다. 나아가 재판실무상으로도 크게 혼선을 빚었던 각급 법원의 판결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법 불신에 대한 문제를 해소시켰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헌재는 주택법 제46조 제1항 및 제3항에 대한 위헌판단과 관련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 처리한 바 있다. 여기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함은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이 위헌인가 합헌인가 여부가 법원의 당해 사건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한 선결문제, 즉 전제문제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헌법 제107조 제1항 및 헌재법 제41조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요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이란 ①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계속(係屬)중이어야 하고 ②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③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여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적법한 위헌심판을 위한 소송요건에 해당하는 것인 바, 헌재는 본안심리 중이라도 이러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의 흠결이 드러나면 더 이상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부적법 각하처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앞서 보았듯이 개정 주택법 부칙 제3항의 소급적용 규정이 위헌으로 됨에 따라 개정 주택법 제46조 1항 및 제3항은 당해 위헌 제청된 사건에 적용이 없게 됐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개정 주택법 제46조 제1항 및 제3항에 대한 위헌판단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이는 현행 우리나라의 위헌법률심판제도가 구체적 규범통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정인 것이다. 따라서 내력구조부와 관련한 중대한 하자(5,10년차 하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개정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즉, 개정 주택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시기에 사용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의 하자보수금 청구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일 경우 이번 사건과 같이 다시 위 규정들에 대한 위헌제청이 이뤄진다면 이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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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 제46조 제1·3항 결정 회피한 헌재에 유감 표명 | ◈ 최영동 변호사=결정문을 읽어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주요 쟁점을 피해가고 법조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소급효 부분만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결정할 것이었다면 3년이나 끌지 말고 빨리 결정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이 솔직한 소회다. 헌재 입장에서도 대법원과 다른 내용의 결정을 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이 우려되는 일이고, 실제로 헌재와 대법원이 서로 다른 생각을 피력한다면 하급심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헌재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대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청구권을 부정하는 판례를 내놓는 등으로 몇 건을 판결했다. 만약 헌재가 대법원과 생각이 같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지만 생각이 다르다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대법원은 2008 4. 24. 선고한 판결에서 입대의는 하자보수추급권을 갖지 않으므로 입대의가 원고가 돼 청구한 손해배상은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는 주택법 제46조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다소 애매하게 표현돼 있다. 대법원은 주택법 제46조에 대해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 하자보수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 그 취지가 있을 뿐…’이라고 판단하면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주택법에 따른 하자보수기간이 아니라 집건법 제9조 및 민법 제667조 내지 제671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 규정에 따라 10년의 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행정적 처리권한’이 무엇을 말하는지 참 애매하지만, 입대의는 하자보수에 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 하자보수청구권은 갖지만 손해배상청구권은 갖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무튼 둘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헌재는 대법원의 위와 같은 입장에 동의하는 것일까? 헌재가 위헌 또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입대의가 주택법 제46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주택법 제46조가 위헌이든 합헌이든 어느 한쪽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택법 제46조가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조항일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주택법 제46조는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조항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는 바, 헌재가 위헌 또는 합헌 결정을 하게 된다면 대법원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헌재가 대법원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주택법 제46조에 대해 어차피 권리에 관한 규정도 아니어서 재판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판단 즉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헌재가 부칙 제3항 규정의 소급효 부분을 위헌이라고 하면서 주택법 제46조의 적용을 회피한 이유가 무엇일까? 헌재는 주택법 제46조에 대한 청구를 직접적으로 판단하면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부칙 제3항의 소급효를 부정하면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했다. 혹시 헌재가 대법원과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을 회피한 것이 아닐까? 헌재가 중요한 논점에 대해 판단을 회피한 결정을 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만약 헌재가 대법원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라면 차라리 잘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동안 피해를 본 것은 아파트 입주자들이었고, 다시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달라 그 혼란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또다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아파트 입주자를 위해서는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의 원리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전제성이란 결국 헌법 재판을 할 필요성이 있는 사안인가 아닌가인데, 부칙에 대한 헌법 재판의 결과 다른 법 조항에 대한 헌법 재판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논리는 재판의 전제성을 잘못 해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헌재의 판단이든, 대법원의 판단이든 입대의의 청구권을 부인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주체에게도, 입주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사업주체는 누구를 협상의 파트너로 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됐고, 입대의는 입주자들을 모아야 하는 어려움을 떠안게 됐다. 입주자에게 하자보수추급권이 있다고 해서 입대의의 소송권한이 부정될 이유는 없다.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제3자 소송담당이라는 것이 있고, 제3자 소송담당 이론에 의하면 권리의 주체가 아니어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이 주택법 제46조에 대해 입대의를 제3자 소송담당으로서의 소송권한을 인정한 조항으로 해석한다면 전체적으로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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