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스크랩] 내 종교엔 신념을, 他종교엔 존경을...달라이 라마

청원1 2006. 2. 15. 15:03
내 종교엔 신념을, 他종교엔 존경을 | 법문과 설법 2006/02/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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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종교엔 신념을, 他종교엔 존경을

 

달라이 라마, 한국 비구니와 수녀를 만나다


"베리 굿(Very good).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순례하시는 여러분을 만나게 돼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감동과 흥분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9일 오후(현지시각) 인도 북부도시 바라나시의 티베트불교대학 교정. 달라이 라마는 한국의 비구니 스님, 원불교 여성교무, 천주교·성공회 수녀 등으로 구성된 ‘삼소회’ 일행 16명을 접견했다.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공회 여성 수도자들로 구성된 삼소회는 지난 5일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를 시작으로 18일간 인도(불교) 영국(성공회) 이스라엘·이탈리아(천주교·성공회)의 성지를 순례하며 세계평화와 종교간 화합을 기도하고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첫 법문을 한 녹야원(鹿野園)의 도시, 바라나시는 삼소회의 첫 성지순례 장소였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칠순의 세계적 종교 지도자와 세계평화·종교간 화합을 기원하는 여성 수도자들은 민감한 정치적 주제 없이도 약 30분간의 행복한 대화를 가졌다.

 

대중법회를 위해 사흘 전 거처인 다람살라에서 바라나시로 나들이 한 달라이 라마의 일정은 빡빡했다. 이날 오전에도 법회에서 1시간여에 걸쳐 열정적으로 법문 했으며 순례객들을 친견하느라 쉴 틈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삼소회 회원들이 순례 취지를 설명하자 반색하며 “베리 굿”과

▲ 달라이 라마가 9일 한국에서 온 비구니 스님, 원불교 교무.천주교·성공회 수녀 등 삼소회 회원들과 기념촬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 엠 베리 베리 해피”를 연발하며 환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달라이 라마는 “저도 1975년경 종교간 화합운동을 추진했는데, 바로 여러분들이 그 아이디어를 실천, 적용하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당시 자신의 계획은 전체 5단계로, 학문적 교류, 영적 체험 공유, 단체로 타종교 성지 순례, 종교 지도자간 교류, 종교적 신념과 존경 확산의 순서로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종교는 갈등과 피비린내의 원인이 되곤 했다”며 “종교인들의 화합은 세계 평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반겼다. 그는 “여러 번 예루살렘이나 파티마 등 기독교 성지를 순수한 기독교인의 자세로 방문했다”며 종교 화합을 위한 자신의 체험을 생생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파티마에서는 작은 마리아상(像) 앞에서 잠시 명상하다가 떠나며 뒤돌아보니 마리아상이 저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내 눈이 잘못됐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서 그는 종교간 하모니를 위해서는 ‘신념과 존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념은 자신의 전통(종교)을 지키는 것이고, 존경은 그 밖의 모든 다른 것에 대한 것입니다. 한 개인으로선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로서는 존경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부처님도 제자들이 성향이 각기 다른 것을 아시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르치셨다”며 “넓게 보아야 실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음식과 미각에 비유했다. “한국에는 무슨 음식이 있지요? 아, 김치. 마찬가지로 중국인, 일본인, 티베트인, 인도인들은 각기 고유한 음식이 있습니다. 똑같은 혀와 입, 치아를 가지고 있지만 각기 다른 맛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여성에 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포유류를 보십시오. 수컷은 즐기기만 하지만 암컷은 늘 챙기고 보살피지 않습니까? 자연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성이 영적 양육능력과 자비심이 훨씬 높습니다.” 그는 여성 종교인이 차별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측근이 티베트어로 통역해주자 “아니야, 그건 잘못됐어(No, it’s wrong)”라고 말을 잘랐다. “육체적 힘이 중요했던 것은 과거입니다. 현대는 지적 능력이 리더를 만듭니다. 지적 능력으로 리더가 된다는 것, 그것이 문명화, 현대화입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며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으니 합법적으로 합하면 된다”며 “동서독도 통일됐고 베트남도 통일됐지만, 남북한은 독일처럼 전쟁없이 합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서 달라이 라마는 농담으로 삼소회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기념사진은 야외에서 찍는 게 좋겠죠?”라며 어깨를 감싸 안고 인도하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보여줬다. 물리적 시간으로는 예정보다 늦게 시작해 짧게 끝난 만남이었다. 그러나 삼소회원들은 깊은 영적 울림과 감동을 얻은 듯했다. 몇몇 회원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진명 스님은 “우리가 느끼기엔 ‘짧은 기다림, 긴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바라나시(인도)=김한수기자

 

▲ 달라이라마
◆ 달라이라마는 누구

 

달라이 라마(1935~)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1935년 티베트 산골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세살 때 선대(先代) 달라이 라마의 화신임을 인정 받고 14대 달라이 라마로서 지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에 위기가 시작된 것은 1950년 중국군이 티베트를 침공하면서부터. 1954년 마오쩌둥은 열아홉 살 된 달라이 라마를 베이징으로 불러 ‘해방된 중국’을 보여주며 ‘티베트 해방’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베트인의 저항과 중국군의 무자비한 탄압이 계속되자 달라이 라마는 1959년 3월 100여명의 망명단을 이끌고 라사를 떠나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인도로 망명했다. 그는 망명 이후 인도 북부 다람살라를 중심으로 티베트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중국의 티베트 침략 이후 1990년까지 130만명의 티베트인 굶주림과 사형, 고문, 자살로 희생된 것으로 달라이 라마측은 추정한다. 그러나 그의 투쟁방식은 ‘비폭력’이었으며 그는 공개적으로 중국인들도 용서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세계를 방문하며 특유의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핵심을 짚는 법문으로 비폭력과 용서를 강조함으로써 정신적 지도자, 생불(生佛)로 추앙 받고 있다.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달라이라마 인터뷰 전문

 

(“세계평화와 종교간 화합을 위해 세계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는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주 좋아요. 여러분은 여기서 만나게 돼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세계평화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내 생각에 평화는 우리에게 창조성을 주는 기회가 됩니다. 평화 없이 전쟁만 있다면 인간 생명(라이프)은 끝입니다. 전쟁은 고통과 파괴를 주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 일입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불행하게도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여러 종교는 갈등과 피비린내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종교인(종교 신자)들은 평화를 지키도록 기여해야 합니다. 다른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 저는 1975년경 화합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학문적으로 다른 전통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서로 교환해야 합니다. 둘째는 다른 전통을 가진 수행자들이 만나서 깊고 내면적인 영혼의 체험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번째 단계는 바로 여러분들처럼 단체로 다른 종교의 성지를 순례하는 것입니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저 자신도 수차례 기독교의 중요한 성지인 예루살렘과 파티마를 방문했지요. 이런 곳을 방문했을 때 저는 아주 순수한 기독교인의 입장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예수님을 존경하면서 말입니다. 수 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이 자리에 와서 거대한 영감과 축복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저는 아주 깊은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여행자가 아니라 순례자로서였습니다. 파티마에선 아주 특이한 체험을 했습니다. 거기엔 작은 마리아상이 있었습니다. 몇 분간 침묵하며 머물다 그곳을 떠나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마리아상이 저를 보고 웃고 있었어요. 마치 내 눈이 잘못된 것처럼 말이죠.

 

네번째는 과거 아시시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모임처럼 다른 전통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같은 입장에서 한 가지(평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삼소회가 저의 아이디어를 실천, 적용하는 것을 보니 감사합니다.

 

다섯번째는 다른 사람의 전통과 철학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념과 존경입니다. 신앙은 자신의 것, 전통을 지키는 것이고, 존경은 모든 다른 전통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종교적 평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다양성, 복수성, 여러 다른 종교나 전통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한 수행자는 한 가지 신념을 가지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개인에게는 한 종교나 전통을 갖는 것이 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전체를 보면 삼소회처럼 여러 전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서 한국의 기독교인과 불교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까 행복합니다. 넓게 말하면 원불교도 불교이지요. 제가 듣기론 한국도 종교간의 관계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으로 아는데, 여러 종교인이 이렇게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니 행복합니다.”

 

-카타리나 수녀(성공회):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선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고, 같은 문화, 언어를 쓰니까 다시 결합할 합법적인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1945년 분단)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요인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이 원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지요. 외부의 힘이 있었습니다. 스탈린이 개입됐고, 공산주의의 완고한 이념이 있었고, 미국의 그 상황에 개입했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계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완고한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서독과 동독은 결국은 통합이 됐지요. 베트남도 통일이 됐지만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남북한이 독일처럼 전쟁 없이 통일됐으면 좋겠습니다.”

 

-본각 스님(불교):여성 종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차별이 존재합니다.

 

“아니, 그건 잘못됐어요. 과거식 생각입니다. 과거에나 육체적 힘이 중요했지요. 현대는 육체적 힘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적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등소평을 보세요. 얼마나 총명했습니다. 인디라 간디와 마하트마 간디를 보세요. 육체적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으로 지도자가 됐습니다. 지적 능력으로 리더가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문명화, 현대화됐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는 육체적 힘이 세지요. 이제는 육체적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인신 교무(원불교):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인간도 포유동물의 한 종류이지요. 다른 포유동물들을 보세요. 암컷은 영적으로 돌보는 능력이 높습니다. 아버지, 수컷들은 즐기고 별로 관심도 없고, 챙기지도 않지만 엄마나 암컷들은 항상 자식들을 돌봅니다. 바로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간사회에 있어서도 여성들의 돌보는 능력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베아따 수녀(천주교):세계는 여러 종교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화합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불자들 중에도 여러 그룹이 있습니다. 팔리 전통이 있고, 산스크리트 전통이 있고, 한국도 일반불교도 있고 원불교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정신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신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전통이 있는 것이지요. 불교 입장에서 말한다면 부처님 자신도 제자들 가운데 다른 정신적 성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들에게 각기 다른 전통과 철학을 가르치셨습니다. 서로 상반된 철학을 가르치기도 하셨지요. 부처님이 왜 그러셨을까요. 부처님은 인간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기독교도 천주교와 개신교가 있고, 다양한 교파가 있지요. 이슬람에도 수니파, 시아파가 있지요. 음식도 한국음식 뭐가 있지요? 김치. 중국인, 일본인, 티베트인, 인도인 모두 자신들의 고유 음식이 있습니다. 똑같은 혀, 입, 치아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다른 맛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 것처럼 종교 신자들도 다양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이 사실(팩트)입니다. 중요한 것은 넒게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실체를 볼 수 있지요. (책상 앞을 가리키며) 여기만 보면 실체를 볼 수 없습니다.”

 

바라나시 인도(김한수기자, 조선일보)



- 마음의 향기-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susyy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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