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론
“내가 없으면 너의 형태가 없다.”
차와 술이 등장하여 저마다 자기의 공덕을 코믹하게 이야기하는데
물이 등장하여
화해시키는「다주론(茶酒論)」이라는 글이 있다. 중국 당나라 초기의 구어소설
(口語小說)로 저자는 진사(辰砂)왕(王부)라고도 하고, 왕오(王敖)라고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고사(古事)는 인용하지 않고 속어를 많이 쓴 소박한 문장이며,
사연육연(四言六言)의 구(句)가 많아서 일종의 부(賦)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1970년에 발견된 동황문서(敦煌文書) 속에 있었던, 개실(開室) 3년(730년)에
씌어진 「다주론」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차 : 나는 귀족․제왕의 문을 드나들면서 한평생 영예를 마음껏 누리는
존귀한 신분이다.
술 : 예로부터 차는 값싼 것이고, 술은 비싼 것이다.
군신이 화합하는 것도 나의 공로와 인덕에 의한 것이다.
차 : 나의 살결은 백옥과 같으며, 명승(名僧)의 설교에 힘을 더해 주고
부처님에게 공물로 쓰인다.
너는 가정을 파괴하고 사음을 돋우는 대악인(大惡人)이다.
술 : 한 동이 삼문(三文)으로서는 부귀라고 할 수 없다.
술은 귀인 고관들이 마시는 것이며 차로써는 노래가 나오지 않고 춤도
나오지 않는다. 차는 위병(胃病)의 원인이 된다
차 : 내가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투어 사들이니 돈이 산더미 같은 쌓인다.
네가 거리에 나가 보아라. 혀가 꼬부라져서 귀찮고 성가시게 구는
사람들이 거리에 찬다
술 : 고인(高人)은 나를 칭찬하기를 술 한 잔은 건강의 근원이고
기분 전환의 약이며 인물을 만든다고 했다. 차 당신은
오완산문(五婉三文)의 값싼 분이요,
나는 일배칠문(一杯七文)으로 궁주의 음악은 술에서 생겼다.
차 : 남자 열네 다섯 살이면 주점에 가까이 가지 말라 하고 있다.
차를 마시면 병에 걸리고 술은 인물을 만든다고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미치광이다. 나를 마시고 마음이 흔들린 예가 없다.
술 때문에 어버이를 해친 이는 아도세왕(阿道世王),
술 때문에 삼 년간이나 의식불명이 된 이는 유령(遊令),
주정뱅이는 주먹을 휘두르고
행패를 부리지만 차를 마시고 행패 부리는 사람은 없다.
향불을 피우고 금주(禁酒)를 빌기도 한다.
이처럼 둘의 논쟁은 더욱 심해진다. 옆에서 이것을 듣고 있던
물이 견디다 못하여.
물 : 뭐 그렇게 핏대를 올리고 싸우고 있니.
사람의 생활은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넷이 다스리고 있다.
차군(茶君), 내가 없으면 너의 형태가 없다.
주군(酒君), 내가 없으면 너의 모습도 없다.
지금부터는 이것을 계기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라.
이러한 충고와 함께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
평생 술병이나 차병에는 걸리지 않으리라”는 말로 결론 지었다.
「다주론」은 신라의 혜초(慧超) 스님이 남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비롯한
오천 오백여 점의 고문서와 함께
프랑스 펠릴오(P.Pelliot)에 의해 발견되어
현재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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