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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이란,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실제 권리자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명의로 등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A의 땅을 등기만 B의 명의로 해 놓은 것이다. 내 땅을 내 명의로 해놓든, 남의 명의로 해 놓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문제는
이러한 명의신탁이 좋은 의도로 이용되는 것보다는 나쁜 의도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명의신탁이론은 우리 대법원 판례를
통햐여 발달한 우리의 독특한 법이론이다. 이러한 이론이 발달하게 된 것은 종중과 관련이 깊다. 종중이란 동일 시조를 조상으로 하는 성인들(얼마
전가지는 ‘성인 남성’이었지만, 소위 ‘딸들의 반란’ 결로 지금은 여성도 종중원 자격이 인정된다)의 모임이다. 이러한 종중은 보통 조상의 묘토를
종손의 명의로 등기해 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종손으로부터 종중이 묘토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바로 명의신탁이다. 즉
종중은 명의신탁 약정의 존재와 그 해지를 주장함으로써 묘토를 사유화하려는 종손으로부터 이를 되찾아 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명의신탁이론이 긍정적으로 기능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명의신탁은 이러한 경우보다는 탈세, 투기 등에 많이 이용되었다.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중과세를 피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 명의로 토지를 등기하는 경우, 비업무용 부동산을 소유한 법인이 이를 직원 명의로 분산 등기해
놓은 경우,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하여 타인의 명의로 등기해 놓은 경우 등이 탈세의 예이고,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자가
농업인인 타인의 명의로 농지를 취득해 놓은 경우(소위 절대농지의 문제), 토지거래허가를 쉽게 받기 위하여 타인의 명의로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
개발정보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이 이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타인의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 등 실로 탈법행위의 광범위한 영역에 명의신탁이
이용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1995년 제정된 부동산실거래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소위 ‘부동산실명법’)은 위에서
본 경우와 같은 종중의 경우, 부부간에 상호 명의신탁을 한 경우 등 불법성이 희박한 경우 외에는 명의신탁을 무효로 선언하였다. 즉 이러한
명의신탁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실제로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명의신탁이 적발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A가 자신의 토지를 B의 명의로 등기해 놓았다면, A는 부동산실명법이 정하는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A에 대한 제재는 거기까지 여서, A는 처벌을 받은 이후에 B에게 맡게 놓았던 자신의 토지를 합법적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대법원은 명의신탁이 비록 투기·탈세·탈법의 목적에서 행하여졌더라도 부동산 실명법이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가함으로써 제재는 끝나는
것이라고 보아 소유권 자체를 상실시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아서는 아무래도 명의신탁 자체를
근절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최근 이런 측면에서 아예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상실시키기로 한 내용의 지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05가단2182사건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 A는 과징금, 형사처벌을 받는 것 외에도 B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돌려달라는
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실로 명의신탁에 대한 강력한 제재라하겠다. 현재로서는 위 지방법원의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파기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판결 이후 각 신문 사설에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는 등
이를 지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지금 현재 여러 가지 사정상 자신의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놓은 사람이라면, 위 판결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