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月精寺)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月精寺)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 동대 만월산을 뒤로 하고, 그 만월산의 정기가 모인 곳에 고요하게 들어앉은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띤다. 그 앞으로는 맑고 시린 물에서 열목어가 헤엄치는 금강연이 또한 빼어난 경관을 그리며 흐르고 있다.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은 자연 조건이며 풍광이 빼어날뿐더러 예로부터 오만 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성지로서 신성시 되어 왔다. 동대(東臺)인 만월산(滿月山)에 1만 관음보살[觀音]의 진신(眞身)이 나타나 있고, 남대(南臺)인 기린산(麒麟山)에는 팔대보살(八大菩薩)을 수위로 한 1만 지장보살[地藏], 서대(西臺)인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無量壽如來)를 수위로 한 1만 대세지보살[大勢至], 북대(北臺)인 상왕산 (象王山)에는 석가여래(釋迦如來)를 수위로 한 5백 대아라한(大阿羅漢), 중대(中臺)인 풍로산(風盧山) 다른 이름으로 지로산(地盧山)에는 비로자나(毘盧遮那)를 수위로 한 1만 문수보살[文殊]의 진신이 나타나 있었다. 이와 같은 5만 진신에게 일일이 우러러 예배하였다.(如是五萬眞身一一瞻禮) <신라의 보천(寶川), 효명(孝明) 두 태자가 오대산에 머물며 정진하던중 하루는 두 태자가 함께 다섯 봉우리에 올라가 우러러 배례하려고 하니, 다섯 봉우리에 5만 진신이 나타나 있어 일일이 첨례(瞻禮)하였다는 전후 내용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제3(卷 第三) 탑상제4(塔像第四) 대산오만진신(臺山五萬眞身)편 (아래 사진 빨간 줄친곳)> 그 오대산의중심 사찰로서 신라 때부터 지금까지 1400여 년 동안, 개산조 자장율사 에서부터 근대의 한암, 탄허스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름난 선지식들이 머물던 곳으로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니 그 때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이었다. 자장율사는 636년에 중국 오대산으로 유학을 가고 그곳 문수사에서 기도하던 중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너희 나라 동북방에 는 일만의 내가 상주하고 있으니 그곳에서 다시 나를 친견하라”는 게송을 문수로부터 듣고 신라에 돌아오자 마자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오대산에 들어가 임시로 초가를 짓고 머물면서 다시 문수보살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정진하였으나, 문수보살을 친견하지 못하고 태백산 정암사에 들어가 입적하게 된다. 비록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뜻은 끝내 이루지 못했으나 이로부터 월정사는 오대산 깊은 계곡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 뒤로 유동(儒童)보살[선혜(善慧)보살 또는 수메다(Sumedha, 無垢光)라고도 함, 석가모니가 전생에 보살로서 수행할 때 연등불(燃燈佛, Dipamkara)에게 공양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당시의 이름]의 화신이라고 전해지는 신효거사와 또 범일국사의 제자였던 두타승 신의 스님이 자장율사가 초가를 지었던 터에 다시 암자를 짓고 살았다. 신의스님 이후로 오랫동안 황폐한 채로 남아 있던 이 암자는 수다사(水多寺, 진부면 수항리에 있던 절로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의 장로 유연스님이 새로 암자를 짓고 살면서 비로소 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고 그 뒤로 차츰 규모가 커졌다.
고려 충렬왕 33년(1377)에 화재로 모두 타버린 것을 이일스님이 중창하고 조선시대까지 계속 법등을 밝혀 왔는데 조선 순조 33년(1833)에 또다시 큰 화재를 입고 말았다. 그런 지 12년 뒤인 헌종 10년(1844)에 이르러 영담, 정암 스님 같은 분이 앞장서서 중건하여 큰 사찰로서의 모습을 다시 회복하였다. 1911년에는 전국 31본산의 가운데 하나가 되어 강원도 남부의 사찰을 총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랜 역사를 간직해 오던 월정사는 1950년 6. 25 전쟁의 참화로 칠불보전(七佛寶殿)을 비롯하여 영산전, 광응전, 진영각 등 17동 건물이 모두 불타고 소장 문화재와 사료들도 모두 재가 되어버린 비운을 맞이했다. 지금의 월정사는 1964년 탄허스님이 적광전을 중건하고 그 뒤로 만화스님과 현해스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중건하여 이룩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엿한 대가람의 모습을 되찾게 된 월정사는 비록 몇 차례 화재와 전화로 많은 성물(聖物)과 문화재를 잃긴 하였으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을 지닌 당우들이며 국보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을 비롯하여 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平昌 月精寺 八角 九層石塔) - 국보 제48-1호 월정사 안에 있는 탑으로, 그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탑은 8각 모양의 2단 기단(基壇) 위에 9층 탑신(塔身)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안상(眼象)을 새겨 놓았고, 아래·위층 기단 윗부분에는 받침돌을 마련하여 윗돌을 괴어주도록 하였다. 탑신부는 일반적인 석탑이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과 달리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규모의 감실(龕室:불상을 모셔두는 방)을 마련해 두었다. 지붕돌은 밑면에 계단 모양의 받침을 두지 않고 간략하게 마무리하였고, 가볍게 들려있는 여덟 곳의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았다. 지붕돌 위로는 머리장식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데, 아랫부분은 돌로, 윗부분은 금동으로 만들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려시대가 되면 4각형 평면에서 벗어난 다각형의 다층(多層)석탑이 우리나라 북쪽지방에서 주로 유행하게 되는데, 이 탑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당시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수법이 착실하여 다각다층석탑을 대표할 만하다. 또한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통해 금속공예의 수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월정사 석조보살좌상(平昌 月精寺 石造菩薩坐像) - 국보 제48-2호 월정사 석조보살상은 팔각구층석탑의 남쪽 전방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탑을 향해 무엇인가 공양을 올리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 점에서, 원래부터 탑과 공양보살상은 한 세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 보살상은 고려 후기 민지(閔漬, 1248∼1326)가 찬한『오대산사적(五臺山事蹟)』의 「신효거사친견오류성중사적(信孝居士親見五類聖衆事跡)」에 “탑 앞에 약왕보살의 석상이 손에 향로를 들고 무릎을 괴고 앉아 있는데, 전해오기를 이 석상은 절 남쪽의 금강연에서 솟아나왔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의 모습과 꼭 일치한다. 이에 따라 이 보살상은 대체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권6「약왕보살본사품 (藥王菩薩本事品)」에 근거하여 조성된 ‘약왕보살’로 일컫는다.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에는 과거 일월정명덕 (日月淨明德)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 희견보살(喜見菩薩)이 부처님으로부터 법화경 설법을 듣고 현일체색신삼매 (現一切色身 三昧)를 얻었다. 환희심에 가득한 보살은 여러 가지 공양을 올렸고, 마침내 천이백 년 동안 향을 먹고 몸에 바른 후 자신의 몸을 태우며 공양하였다.
그리고 다시 몸을 받아 일월정명덕국(日月淨明德國)의 왕자로 태어났을 때 일월정명덕여래는 그가 장차 부처님이 될 것이라는 수기(授記)를 주었다. 희견보살은 부처님의 사리를 수습하여 팔만사천의 사리탑을 세우고 탑마다 보배로 만든 깃발과 풍경을 매달아서 장엄하게 꾸몄다. 그러고도 모자라 탑 앞에서 자신의 두 팔을 태우며 칠만이천세 동안 사리탑을 공양하였으니 이 분이 바로 약왕보살이다.
이와 같은 탑전(塔前) 공양보살상은 이전에는 찾기 힘든 고려 전기적 특징인 동시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도상과 구성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또한 강원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조성되어 고려 불교조각의 지역성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는 중생을 가르치고 구제하기 위해 중생의 근기(根氣) 에 따라 몸을 낮추고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석가모니불을 칭명 염불하며 탑돌이를 하는 순례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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