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이던가, 이즈음 세월의 무상함에 읶숙해져 가고 있다.
마음은 아직도 고향 마을에 머물러 봄이면 진달래 피는 산마루에서 뛰놀고,
여름이면 동네 저수지에서 물놀이, 가을이면 코스모스 길따라 등교하고,
겨울이면 언 손을 불어가며 얼어 붙은 개울에서 얼음 썰매를 타던 어릴적 감회속 그대로인데도,
어느새 수년전부터 고향 마을 세 친구가 정년을 맞았고 또 맞이하고 있다.
내 고향 동네는 평닌몰, 뒷몰, 건넛몰로 이루어진 100여호 되는 동네로 같은 또래가 남녀 합하여 10여명 정도 되었다.
그 중 직선거리 100m 이내 평닌몰에 나와 고향 마을 세 친구의 집이 있고,
3백m 쯤 떨어진 뒷몰에 우리 동네의 크나 큰 자랑인 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신 진제스님 생가가 있는데,
동네 저수지 인근에 종정스님을 기리는 사찰이 조계종과 군청의 협조로 건립되고 있다고 한다.
고향 마을 세 친구중
고위공직인 주례 구치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한 친구를 필두로
해양대학교에 근무하던 친구가 퇴임하고,
지난 12월엔 평생을 부산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다 도서관장을 끝으로 퇴임하는
친구 이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재학생들 틈에 끼여 이미 퇴임한 두 친구 그리고 이교수의 동료 교수들과 같이 들었다.
친구들중 고교 동기로는 행정안전부장관을 지낸 동기, 판검사를 마치고 변호사 개업중인 동기,
연산 로타리 한 빌딩에 만도 세 동기의 병원이 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는 등
사회적으로 비교적 성공한 친구들도 많으나,
초, 중학교 동기이자 고향 마을 친구 이교수는 그 삶이 친구인 나로서는 부럽고 자랑스럽다.
독어교육학과 교수로서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이고,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수영, 사이클, 마라톤의 철인 3종에
그것도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를 즐기면서 마라톤 에세이 『맨발로 청춘』을 펴내고,
『전환기 잊혀진 독일문학과 사회적 (불)평등』,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미완의 아름다움』 등
전공 분야는 물론 전공분야를 넘어 여러 저서들을 출간하였고,
얼마전에도 지리산 종주후 수필 “고사목”을 향파 이주홍, 요산 김정한, 청마 유치환 선생이 창간 동인으로 참여해
50년 넘게 이어온, 이교수가 편집인인 부산의 대표적인 동인지 <윤좌(輪座)>에 게재하였다.
이 날 마지막 강의에서 소재가 되기도한 발트3국(에스토나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문화 역사 탐방기
『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은 지난 2010년에 펴냈다.
이 책『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은 우리 관음사 백팔고찰순례단원들에게
순례단원인 이교수의 큰형수 여래지 보살이 보시하여
2010년 10월 24일 제18차 희방사, 부석사, 축서사 순례시 전 단원들에게 배부한 바 있다.
지난 12월 15일 부산대학교 새벽별도서관 오디토리움에서 발트3국의 역사 문화와 민요들을 소재로
‘세상의 모든 시학’이라는 부제를 붙인 “발트국의 아름다움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마지막 2시간 강의는 ‘황혼의 완숙한 아름다움’ 이었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는 마지막 강의이지만 1월 말부터 발트3국의 초청으로 4~5년간 발트3국에서 강의를 하기 위하여
1월 말에 출국한다고 한다.
65세부터의 황금기를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낸다고 하니 부럽고 또한 친구로서 자랑스럽다.
고향 마을 친구들도 시간을 내어 이교수의 가이드로 발트3국의 문화에 젖어 볼 기회를 갖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는 이즈음에 이런 자리에 있으리라고는 어렴풋이는 알았지만
체감도 기대도 못했고 생각은 차마 미치지도 못했는데,
언제들 이토록 세월을 많이 흘려 보냈던지....,
예전에는 읶숙하기가 힘들거라고 느꼈던,
아니 시절인연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런데 제대로 인식은 못하는채 어느새 읶숙해는 지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여기까지 오고도 아직도 먼 장래의 일은 실감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탐진치 삼독은 아직도 성성하여 안수정등(岸樹井藤)의 설화처럼
꿀맛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이렇게 이즈음에 고향마을 친구들 일로 세월에 읶숙해져 감을 새삼 느끼다 보니
서산대사가 죽마(竹馬) 이종인(李宗仁, ?~1593)에게 보낸 선시가 문득 떠오른다.
閑忙雖異路(한망수이로)
歲月忽同流(세월홀동류)
相逢說往事(상봉설왕사)
白髮黃花秋(백발황화추)
한가로움과 분주함 길은 서로 달랐어도
세월은 문득 같이 흘러버렸소.
서로 만나서 지난 일들 이야기하노라니
백발에 황국 핀 인생의 가을이구려.
2016년 5월 3일 부산대학교 도서관장실에서 고향 마을 친구들과
해는 지지만 지는 것이 아니고 眞性(진성)은 不守自性隨綠成(불수자성수연성)인데....
2017.02.02. 오후5:35 다대포 일몰
드물게도 부산에 눈이 온 날 우리 아파트 화단
산다화(山茶花)라고도 부르는 다매(茶梅) 동백꽃 2018.01.10. 오전 10:40
다완은 조선요 김영식 입학다완
말차는 星野製茶園[호시노 제다원]의 한정품 宝授(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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