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시>
잘 가거라 / 이외수
더러는 바람이 불고
더러는 비가 내리고
아픈 이름들
흐린 세속의 어스름 속으로
하나
둘
종적없이 떠나 버리던 날들이여
땀흘리면서 살고 싶어서 태어나
피흘리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여
잘 가거라
배반의 세월이여
썩은 정치여
비굴한 변명이여
빌어먹을 악연들이여
그래 잘 가거라
먹고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캄캄한 눈물이더라
막막한 절망이더라
그래도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순간들이여
나는 그 모든 것들의 의미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간직 하리니
잘 가거라
잘 가거라
잘 가거라.
(12월 31일 2017년 마지막 일몰)
부산 사하구 당리동 반도보라아파트 뒤 승학산 기슭 산책로에서
낙동강 너머 지는 2017년 마지막 해를 보며....,
시절인연 따라
미련없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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