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명사 3인이 말하는 물과 건강

청원1 2008. 7. 21. 04:54
주간동아

명사 3인이 말하는 물과 건강

기사입력 2008-06-11 09:18
[주간동아]

황종국 변호사는 우리가 일상으로 먹고 마시는 밥과 물이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한다.

“물만 잘 마셔도 병이 낫습니다.”

현직 판사 시절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됐던 부산의 황종국(56) 변호사. 그는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생로병사를 결정”한다면서 “마시는 물을 무시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다.

황 변호사는 1992년, 무면허 침구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진정한 의사”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병을 잘 고치면서 비용이 저렴한 민중의술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줄곧 외쳐왔다. 건강에 대한 황 변호사의 견해는 단순명료하다. 우리가 일상으로 먹고 마시는 밥과 물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살면 병이 생기지 않고, 생겨도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욕심을 좇느라 자연에 역행하는 삶을 살다 생기는 것이 병인데, 그 원인을 바꾸지 않고 병만 고치려 하면 당연히 낫지 않지요.”

20년 가까이 생수를 마시던 황 변호사는 2000년 3월 전기분해로 약알칼리수를 만드는 정수기 물을 처음 마시게 됐다고 한다. 마침 그때 어느 자연의학 단체에서 강원도에서 나는 유명한 약수를 몇 상자 보내줘 그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정수기 물 맛이 그 약수 맛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1년에 한 번 정도 감기에 걸렸는데 약알칼리수를 마시고부터는 8년째 감기에 걸린 일이 없다면서 “몸에 좋은 물을 마신 덕인 것 같다”고 했다.

◎“8년째 한 번도 감기 안 걸렸다”

정태기 전 한겨레신문 대표는 “미네랄 등의 무기물을 함유하고 있을 때 물맛도 더 좋다”고 말하는 약알칼리수 예찬론자다.

황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던 해인 1982년, 우연히 단식치료의 효과를 경험한 뒤 전통 민중의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소개하는 ‘음양감식조절법’, 일명 ‘밥 따로 물 따로’ 식사법은 밥과 물을 조절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전통 민중의술이라고 한다.

“밥을 비롯한 음식은 양(陽)이고 물은 음(陰)이기 때문에 밥과 물을 함께 섞어 먹지 말고, 물은 저녁식사 2시간 뒤부터 주로 밤에 마시라는 식사법을 지키면 인체의 음양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 몸속 세포 구석구석의 생명력을 강화합니다.”

황 변호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밥 따로 물 따로’ 식사법이 모든 이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과 밥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산농촌문화재단의 정태기(67) 이사장(전 한겨레신문 대표)은 “좋은 물을 옆에 두고 마셔서 좋은 점은 다른 음료수를 적게 마시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하루 종일 커피나 차, 청량음료 등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양의 액체를 마시는데, 맛있는 물을 충분히 섭취하다 보니 다른 음료는 별로 안 마시게 됩니다.”

정 이사장은 4년 전부터 정수기를 통해 전해 약알칼리수를 마셔오고 있는데, 전해 약알칼리수는 “옛날 어릴 때 살던 집 뒷마당의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물맛 같다”고 말한다. 물맛이 좋다는 느낌을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지도 모른다”면서 그는 소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천일염을 가공한 정제염으로 분류됩니다. 서양 식탁에 오르는 정제염은 화학적으로 순수하고 염도가 99% 이상으로 높지요. 한국사람 입맛에는 쓰고 맛이 없어요. 반대로 천일염은 무기물이 많이 함유돼 맛이 좋게 느껴집니다. 물도 마찬가지로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 등의 무기물을 포함하고 있을 때 맛이 좋은 것 같아요.”

정 이사장은 “좋은 물을 마셔서 나쁜 점 한 가지는 외딴 곳에 가면 물이 맛이 없어 못 마시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연자 우리차문화원장은 “차맛의 50%는 물맛”이라고 말한다.

30년째 ‘차 요리 전문가’로서 전통 차와, 차를 이용한 요리를 연구하고 있는 이연자(63) 우리차문화원 원장은 “차맛의 50%는 물맛”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차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물을 찾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물이 좋아 예부터 물에 대한 걱정이 없었지만, 물 좋은 곳이 드문 중국에선 옛날부터 차와 물의 관계를 연구한 책이 여러 권 전해온다.

“원래 차 마시는 사람들은 물맛에 민감하죠. 지나치게 단 감로수도 차맛을 살리는 데는 방해가 되고, 물에 철분이 많으면 차 속의 철분과 충돌합니다. 차를 만드는 데는 담담하고 깔끔한 맛의 물이 좋습니다.”

이 원장은 집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약수터 물이나 정수기 물을 이용해 차를 끓인다. 누구보다 물맛에 예민하다고 자부하는 그는 이런 방법으로 전해 약알칼리수를 마시게 된 뒤부터는 물 걱정을 안 하게 됐다. 평소 차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정수기도 약수터도 여의치 않다면 수돗물을 받아 옹기 항아리에 담고, 물 밑에 맥반석을 깔고 소쿠리로 항아리를 덮어 하룻밤 재워서 쓰라”고 가르쳐준다.

“물이 끓기 시작할 때 살짝 주전자 뚜껑을 열어 물속의 나쁜 냄새가 김으로 날아가게 하고 차를 달이면 좋습니다.”

◎어릴 때 살던 집 뒷마당 깊은 우물 맛

맛있는 물이 건강에 좋다는 것도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특히 이 원장의 남편은 집안 대대로 고혈압이 있는 체질이었는데, 약알칼리수를 1년간 마시고 난 뒤부터는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저도 위하수 증세를 달고 살 만큼 위가 좋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속이 편해지고 얼굴빛이 좋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습니다.”

이 원장은 “지금 60대 중반인데 물힘으로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아침엔 입맛이 없어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시는데 “한 잔의 물이 어떤 영양식보다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시면 장 속 노폐물이 씻겨나가는 것은 물론, 온몸에 수분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물 한 잔만 마시고도 강연 등 아침 활동에 지장이 없지요.”

입이 짧고 음식을 많이 가려 늘 식사량이 적은 편이라는 이 원장은 물이나 찻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짠지 반찬으로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영양제, 비타민제를 챙겨 먹지 않고도 건강진단 받으러 병원에 드나든 적 없이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종가(宗家)에 내려오는 차 예법을 연구하고 기록하기 위해 요즘도 한 달에 두 차례 지방 취재를 다녀오고, 문화센터에서 차와 음식예절에 대한 강의를 한다. 그는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는 힘이 “좋은 물을 마시고 그 기운을 얻은 덕인 것 같다”고 했다.



글·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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