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B
선어회
청원1
2010. 2. 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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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맛면을 부산의 대표 음식 생선회로 싱싱하게 연다. 우리나라에는 어딜 가나 살아있는 물고기를 회로 뜨는 활어회 일색이다. 활어를 죽여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는 선어회(鮮魚膾)를 취급하는 곳은 부산에서도 손에 꼽힌다. 일본에서는 95% 이상이 선어회로 유통된다던데. 생선회는 아무리 비싸도 역시 칼맛으로 먹는 활어회가 최고일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어시장 3대'를 읽다 주인공 ?타로가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젯밤에 (자연산 광어를)손질한 후 3∼4시간 지났을 때는 촉촉한 처녀 입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다음날 새벽)은 마치 귀부인의 입술 같은 맛이 난다. 연한 갈색 살점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듯이 녹는 달콤한 맛….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맛,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깊고 깊은 맛이로다! 생선 맛이 시간 별로 이렇게 다를 줄이야…." ?타로는 또 "생선은 알면 알수록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인 가운데도 바로 잡은 생선이 가장 맛이 있다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생선의 맛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선어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걸까. '생선회 박사'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씹히는 맛을 즐기는 우리 국민들은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지는 퍼석퍼석한 선어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혹자는 예전에 상인들이 하도 잘 속이는 바람에 눈앞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처럼 활어를 잡아 3~4일까지 저온에 보관하며 생선회를 내면 이노신산이 최대로 올라가 맛은 좋아진다. 하지만 육질의 단단함은 최하로 떨어져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부산에도 이런 선어 횟집이 드물게 있지만 호불호가 사람에 따라 크게 갈리는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형 선어회'라고 할 수 있는 싱싱회는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싱싱회는 일본의 선어회처럼 활어를 죽여 수송 후 먹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숙성시간이 5~10시간 이내로 짧다. 이 시간에는 육질의 단단함이 약 15~20% 증가하고 혀로 느끼는 맛도 10배 이상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싱싱회 사업은 유감스럽게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활어회보다 싱싱회 스타일의 선어회를 이미 즐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자갈치 시장의 '부산명물횟집'(1인당 2만∼4만 원·051-245-4995)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회를 먹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맛 칼럼니스트 '맛객'(본명 김용철)은 명물횟집을 다녀와 "숙성된 회의 질감은 활어에 비할 바 아니다.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회가 줄어드는 아쉬움은 그 맛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중앙동의 '중앙식당'(본보 1월 1일자 김정훈 한진중공업 부회장 추천 및 지난해 2월 26일자 게재·회정식 1만 5천원·051-246-1129)도 선어회 맛으로 이름이 났다. 중앙식당과 나란히 위치한 '오뚜기식당'(1월 1일자 안준태 부산교통공사 사장 추천·회백반 1만 5천원·051-245-9497)도 선어회의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선어회를 취급하는 곳이 더 늘어나길 기대하며 알려지지 않은 선어횟집 한 곳을 소개한다.
부산 중구 보수동 5거리 보수청과시장 뒤편에 위치한 용광횟집. 허름한 외관에 수조조차 없다. "수조도 없는 뭐 이런 집에 데리고 왔냐"는 불평이 저절로 나온다. 일단 회 맛을 보고 이야기하자. 먼저 방어회가 나왔다. 양념장이 특색이 있다. 잘게 썬 미나리에 깨를 뿌리고 여기다 초장을 부어서 만든다. 초장은 생강과 마늘을 고아 만들었다. 회는 명물횟집보다 좀 두껍다. 씹는 맛, 감칠 맛이 나무랄 데가 없다. 숙성시킨 방어 뱃살은 참치 못지않다. 다음에는 도미와 광어다. 꼬들꼬들한 느낌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동행들은 말이 없고 젓가락질만 분주하다. 이런 집이 어떻게 소문이 안 났을까. 손광석(63) 대표에게서 맛의 비결을 들었다. "생선을 바로 잡아 회를 치면 비린내가 난다. 포를 뜬 뒤 나무종이와 수건에 싸서 냉장고에 5∼6시간 놔두면 비린내가 제거되고 맛도 있어진다." 손 대표가 30년 전에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는 오징어통찜에는 오리지널리티가 흐른다. 장어껍질로 만든 어묵은 약간 삭아서 마치 치즈 같다. 멍게 젓이 좋고 호래기는 싱싱하다. 매일 새벽 5시에 장을 본 결과이다. 살짝 말려서 구웠다는 장어구이도 맛이 예술이다. 생물이나 영계만이 맛있는 게 아니다. 보다 고차원의 숙성된 맛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손 대표의 부인이 횟집을 해오다 몸이 불편해 문을 닫았다 새로 연지 1년가량 됐단다. 둘째 딸 미영 씨가 열심히 가게 일을 돕는다. "나는 늘 술 먹고, 제 엄마는 눈이 어둡고, 누가 하겠나." 손 대표의 스타일이다. 하나하나 다 맛이 있어서 꽁치구이에는 손도 못댔다. 5만 원하는 회 한 접시를 4명이서도 먹을 만하다. 생태탕, 물메기는 6천원.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쉰다. 051-255-685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어시장 3대'를 읽다 주인공 ?타로가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젯밤에 (자연산 광어를)손질한 후 3∼4시간 지났을 때는 촉촉한 처녀 입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다음날 새벽)은 마치 귀부인의 입술 같은 맛이 난다. 연한 갈색 살점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듯이 녹는 달콤한 맛….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맛,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깊고 깊은 맛이로다! 생선 맛이 시간 별로 이렇게 다를 줄이야…." ?타로는 또 "생선은 알면 알수록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인 가운데도 바로 잡은 생선이 가장 맛이 있다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생선의 맛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선어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걸까. '생선회 박사'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씹히는 맛을 즐기는 우리 국민들은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지는 퍼석퍼석한 선어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혹자는 예전에 상인들이 하도 잘 속이는 바람에 눈앞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처럼 활어를 잡아 3~4일까지 저온에 보관하며 생선회를 내면 이노신산이 최대로 올라가 맛은 좋아진다. 하지만 육질의 단단함은 최하로 떨어져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부산에도 이런 선어 횟집이 드물게 있지만 호불호가 사람에 따라 크게 갈리는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형 선어회'라고 할 수 있는 싱싱회는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싱싱회는 일본의 선어회처럼 활어를 죽여 수송 후 먹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숙성시간이 5~10시간 이내로 짧다. 이 시간에는 육질의 단단함이 약 15~20% 증가하고 혀로 느끼는 맛도 10배 이상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싱싱회 사업은 유감스럽게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활어회보다 싱싱회 스타일의 선어회를 이미 즐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자갈치 시장의 '부산명물횟집'(1인당 2만∼4만 원·051-245-4995)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회를 먹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맛 칼럼니스트 '맛객'(본명 김용철)은 명물횟집을 다녀와 "숙성된 회의 질감은 활어에 비할 바 아니다.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회가 줄어드는 아쉬움은 그 맛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중앙동의 '중앙식당'(본보 1월 1일자 김정훈 한진중공업 부회장 추천 및 지난해 2월 26일자 게재·회정식 1만 5천원·051-246-1129)도 선어회 맛으로 이름이 났다. 중앙식당과 나란히 위치한 '오뚜기식당'(1월 1일자 안준태 부산교통공사 사장 추천·회백반 1만 5천원·051-245-9497)도 선어회의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선어회를 취급하는 곳이 더 늘어나길 기대하며 알려지지 않은 선어횟집 한 곳을 소개한다.
부산 중구 보수동 5거리 보수청과시장 뒤편에 위치한 용광횟집. 허름한 외관에 수조조차 없다. "수조도 없는 뭐 이런 집에 데리고 왔냐"는 불평이 저절로 나온다. 일단 회 맛을 보고 이야기하자. 먼저 방어회가 나왔다. 양념장이 특색이 있다. 잘게 썬 미나리에 깨를 뿌리고 여기다 초장을 부어서 만든다. 초장은 생강과 마늘을 고아 만들었다. 회는 명물횟집보다 좀 두껍다. 씹는 맛, 감칠 맛이 나무랄 데가 없다. 숙성시킨 방어 뱃살은 참치 못지않다. 다음에는 도미와 광어다. 꼬들꼬들한 느낌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동행들은 말이 없고 젓가락질만 분주하다. 이런 집이 어떻게 소문이 안 났을까. 손광석(63) 대표에게서 맛의 비결을 들었다. "생선을 바로 잡아 회를 치면 비린내가 난다. 포를 뜬 뒤 나무종이와 수건에 싸서 냉장고에 5∼6시간 놔두면 비린내가 제거되고 맛도 있어진다." 손 대표가 30년 전에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는 오징어통찜에는 오리지널리티가 흐른다. 장어껍질로 만든 어묵은 약간 삭아서 마치 치즈 같다. 멍게 젓이 좋고 호래기는 싱싱하다. 매일 새벽 5시에 장을 본 결과이다. 살짝 말려서 구웠다는 장어구이도 맛이 예술이다. 생물이나 영계만이 맛있는 게 아니다. 보다 고차원의 숙성된 맛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손 대표의 부인이 횟집을 해오다 몸이 불편해 문을 닫았다 새로 연지 1년가량 됐단다. 둘째 딸 미영 씨가 열심히 가게 일을 돕는다. "나는 늘 술 먹고, 제 엄마는 눈이 어둡고, 누가 하겠나." 손 대표의 스타일이다. 하나하나 다 맛이 있어서 꽁치구이에는 손도 못댔다. 5만 원하는 회 한 접시를 4명이서도 먹을 만하다. 생태탕, 물메기는 6천원.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쉰다. 051-255-685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새해의 맛면을 부산의 대표 음식 생선회로 싱싱하게 연다. 우리나라에는 어딜 가나 살아있는 물고기를 회로 뜨는 활어회 일색이다. 활어를 죽여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는 선어회(鮮魚膾)를 취급하는 곳은 부산에서도 손에 꼽힌다. 일본에서는 95% 이상이 선어회로 유통된다던데. 생선회는 아무리 비싸도 역시 칼맛으로 먹는 활어회가 최고일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어시장 3대'를 읽다 주인공 ?타로가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젯밤에 (자연산 광어를)손질한 후 3∼4시간 지났을 때는 촉촉한 처녀 입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다음날 새벽)은 마치 귀부인의 입술 같은 맛이 난다. 연한 갈색 살점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듯이 녹는 달콤한 맛….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맛,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깊고 깊은 맛이로다! 생선 맛이 시간 별로 이렇게 다를 줄이야…." ?타로는 또 "생선은 알면 알수록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인 가운데도 바로 잡은 생선이 가장 맛이 있다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생선의 맛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선어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걸까. '생선회 박사'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씹히는 맛을 즐기는 우리 국민들은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지는 퍼석퍼석한 선어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혹자는 예전에 상인들이 하도 잘 속이는 바람에 눈앞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처럼 활어를 잡아 3~4일까지 저온에 보관하며 생선회를 내면 이노신산이 최대로 올라가 맛은 좋아진다. 하지만 육질의 단단함은 최하로 떨어져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부산에도 이런 선어 횟집이 드물게 있지만 호불호가 사람에 따라 크게 갈리는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형 선어회'라고 할 수 있는 싱싱회는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싱싱회는 일본의 선어회처럼 활어를 죽여 수송 후 먹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숙성시간이 5~10시간 이내로 짧다. 이 시간에는 육질의 단단함이 약 15~20% 증가하고 혀로 느끼는 맛도 10배 이상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싱싱회 사업은 유감스럽게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활어회보다 싱싱회 스타일의 선어회를 이미 즐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자갈치 시장의 '부산명물횟집'(1인당 2만∼4만 원·051-245-4995)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회를 먹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맛 칼럼니스트 '맛객'(본명 김용철)은 명물횟집을 다녀와 "숙성된 회의 질감은 활어에 비할 바 아니다.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회가 줄어드는 아쉬움은 그 맛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중앙동의 '중앙식당'(본보 1월 1일자 김정훈 한진중공업 부회장 추천 및 지난해 2월 26일자 게재·회정식 1만 5천원·051-246-1129)도 선어회 맛으로 이름이 났다. 중앙식당과 나란히 위치한 '오뚜기식당'(1월 1일자 안준태 부산교통공사 사장 추천·회백반 1만 5천원·051-245-9497)도 선어회의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선어회를 취급하는 곳이 더 늘어나길 기대하며 알려지지 않은 선어횟집 한 곳을 소개한다.
부산 중구 보수동 5거리 보수청과시장 뒤편에 위치한 용광횟집. 허름한 외관에 수조조차 없다. "수조도 없는 뭐 이런 집에 데리고 왔냐"는 불평이 저절로 나온다. 일단 회 맛을 보고 이야기하자. 먼저 방어회가 나왔다. 양념장이 특색이 있다. 잘게 썬 미나리에 깨를 뿌리고 여기다 초장을 부어서 만든다. 초장은 생강과 마늘을 고아 만들었다. 회는 명물횟집보다 좀 두껍다. 씹는 맛, 감칠 맛이 나무랄 데가 없다. 숙성시킨 방어 뱃살은 참치 못지않다. 다음에는 도미와 광어다. 꼬들꼬들한 느낌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동행들은 말이 없고 젓가락질만 분주하다. 이런 집이 어떻게 소문이 안 났을까. 손광석(63) 대표에게서 맛의 비결을 들었다. "생선을 바로 잡아 회를 치면 비린내가 난다. 포를 뜬 뒤 나무종이와 수건에 싸서 냉장고에 5∼6시간 놔두면 비린내가 제거되고 맛도 있어진다." 손 대표가 30년 전에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는 오징어통찜에는 오리지널리티가 흐른다. 장어껍질로 만든 어묵은 약간 삭아서 마치 치즈 같다. 멍게 젓이 좋고 호래기는 싱싱하다. 매일 새벽 5시에 장을 본 결과이다. 살짝 말려서 구웠다는 장어구이도 맛이 예술이다. 생물이나 영계만이 맛있는 게 아니다. 보다 고차원의 숙성된 맛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손 대표의 부인이 횟집을 해오다 몸이 불편해 문을 닫았다 새로 연지 1년가량 됐단다. 둘째 딸 미영 씨가 열심히 가게 일을 돕는다. "나는 늘 술 먹고, 제 엄마는 눈이 어둡고, 누가 하겠나." 손 대표의 스타일이다. 하나하나 다 맛이 있어서 꽁치구이에는 손도 못댔다. 5만 원하는 회 한 접시를 4명이서도 먹을 만하다. 생태탕, 물메기는 6천원.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쉰다. 051-255-685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어시장 3대'를 읽다 주인공 ?타로가 하는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젯밤에 (자연산 광어를)손질한 후 3∼4시간 지났을 때는 촉촉한 처녀 입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다음날 새벽)은 마치 귀부인의 입술 같은 맛이 난다. 연한 갈색 살점을 입에 넣는 순간 퍼지듯이 녹는 달콤한 맛….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맛,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깊고 깊은 맛이로다! 생선 맛이 시간 별로 이렇게 다를 줄이야…." ?타로는 또 "생선은 알면 알수록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인 가운데도 바로 잡은 생선이 가장 맛이 있다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생선의 맛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선어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걸까. '생선회 박사' 부경대 조영제 교수는 "씹히는 맛을 즐기는 우리 국민들은 육질의 단단함이 떨어지는 퍼석퍼석한 선어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혹자는 예전에 상인들이 하도 잘 속이는 바람에 눈앞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야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일본처럼 활어를 잡아 3~4일까지 저온에 보관하며 생선회를 내면 이노신산이 최대로 올라가 맛은 좋아진다. 하지만 육질의 단단함은 최하로 떨어져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부산에도 이런 선어 횟집이 드물게 있지만 호불호가 사람에 따라 크게 갈리는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형 선어회'라고 할 수 있는 싱싱회는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싱싱회는 일본의 선어회처럼 활어를 죽여 수송 후 먹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숙성시간이 5~10시간 이내로 짧다. 이 시간에는 육질의 단단함이 약 15~20% 증가하고 혀로 느끼는 맛도 10배 이상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온 싱싱회 사업은 유감스럽게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활어회보다 싱싱회 스타일의 선어회를 이미 즐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자갈치 시장의 '부산명물횟집'(1인당 2만∼4만 원·051-245-4995)이다. 심지어 이곳에서 회를 먹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맛 칼럼니스트 '맛객'(본명 김용철)은 명물횟집을 다녀와 "숙성된 회의 질감은 활어에 비할 바 아니다.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회가 줄어드는 아쉬움은 그 맛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중앙동의 '중앙식당'(본보 1월 1일자 김정훈 한진중공업 부회장 추천 및 지난해 2월 26일자 게재·회정식 1만 5천원·051-246-1129)도 선어회 맛으로 이름이 났다. 중앙식당과 나란히 위치한 '오뚜기식당'(1월 1일자 안준태 부산교통공사 사장 추천·회백반 1만 5천원·051-245-9497)도 선어회의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선어회를 취급하는 곳이 더 늘어나길 기대하며 알려지지 않은 선어횟집 한 곳을 소개한다.
부산 중구 보수동 5거리 보수청과시장 뒤편에 위치한 용광횟집. 허름한 외관에 수조조차 없다. "수조도 없는 뭐 이런 집에 데리고 왔냐"는 불평이 저절로 나온다. 일단 회 맛을 보고 이야기하자. 먼저 방어회가 나왔다. 양념장이 특색이 있다. 잘게 썬 미나리에 깨를 뿌리고 여기다 초장을 부어서 만든다. 초장은 생강과 마늘을 고아 만들었다. 회는 명물횟집보다 좀 두껍다. 씹는 맛, 감칠 맛이 나무랄 데가 없다. 숙성시킨 방어 뱃살은 참치 못지않다. 다음에는 도미와 광어다. 꼬들꼬들한 느낌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동행들은 말이 없고 젓가락질만 분주하다. 이런 집이 어떻게 소문이 안 났을까. 손광석(63) 대표에게서 맛의 비결을 들었다. "생선을 바로 잡아 회를 치면 비린내가 난다. 포를 뜬 뒤 나무종이와 수건에 싸서 냉장고에 5∼6시간 놔두면 비린내가 제거되고 맛도 있어진다." 손 대표가 30년 전에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는 오징어통찜에는 오리지널리티가 흐른다. 장어껍질로 만든 어묵은 약간 삭아서 마치 치즈 같다. 멍게 젓이 좋고 호래기는 싱싱하다. 매일 새벽 5시에 장을 본 결과이다. 살짝 말려서 구웠다는 장어구이도 맛이 예술이다. 생물이나 영계만이 맛있는 게 아니다. 보다 고차원의 숙성된 맛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손 대표의 부인이 횟집을 해오다 몸이 불편해 문을 닫았다 새로 연지 1년가량 됐단다. 둘째 딸 미영 씨가 열심히 가게 일을 돕는다. "나는 늘 술 먹고, 제 엄마는 눈이 어둡고, 누가 하겠나." 손 대표의 스타일이다. 하나하나 다 맛이 있어서 꽁치구이에는 손도 못댔다. 5만 원하는 회 한 접시를 4명이서도 먹을 만하다. 생태탕, 물메기는 6천원.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쉰다. 051-255-6859.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