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B
(펌) 서대회 여수 구백식당
청원1
2007. 1. 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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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중앙동 구백식당. 벽에 내걸린 수많은 액자와 상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식당은 국내 유명 방송사와 신문 잡지에도 자주 소개됐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사진도 눈에 띈다. 작년에는 일본의 ‘한국 맛있는 철도여행’이라는 잡지에도 소개됐을 정도다. 이쯤 되면 그 잘난 폼 한 번 잡을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맛 찾아 삼천리금수강산 떠나는 여행, 여수에 오면 첫 번째로 소개해도 손색이 없는 이름난 맛 집이다. 구백식당의 대표음식은 서대 회와 금풍생이구이, 거문도갈치왕소금구이다. 서대 회는 여수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구백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세 번을 놀란다. 천지간에 소문이 잘나서 놀라고, 와서 보면 건물이 허름하고 신통치 않아서 놀라고, 들어와서 음식 맛을 보면 또 놀라고. “다들 놀래부러~”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이 다들 이렇게 세 번을 놀란다고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금풍생이가 샛서방고기라고 한다. 기자가 아주머니의 나이를 묻자 나이를 말하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망설인다. 여자 나이 오십이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한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자 “아~ 살맛난다”며 신바람이 났다. 손님이 아귀찜을 주문한다. 좀 싱겁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아구는 얼큰한 맛인데… 덜 맵게 하면 기심심해” 하며 그렇게 하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란다. 내 맘대로 할 테니 그렇게 먹으란다. 허, 참~ 뭐 이런 곳이 있냐 싶었는데 손님은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한다. 여느 업소와는 분명 다르다. 주인 맘 대로다. 그만큼 요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일 게다. “한 몸에 두 지게, 세 지게 져. 이집 주방장은 지정된 사람이 아녀.” 그럼 사장님이 주방장이냐고 되묻자 “두루두루 다 해 부러~” 뭐든지 다한단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셀 수가 없다. 얼마나 손님이 오느냐, 시작은 언제 했느냐 물으니, 나도 모르니까 그런 것 세지 마란다. 84년 꽃다운 나이에 식당을 시작, 벌써 23년째다. 화양면 나진에 사는 친정엄마가 새벽 2시고 3시고 잠만 깨면 식당에 나와 일을 도와준다. 친정엄마가 직접 담근 된장으로 된장국도 끓여 놓고 밥도 한 솥단지 해서 퍼 놓고 간다. 대화 중에도 쉴 틈이 없이 바삐 움직인다. 괜히 미안해진다. 정신이 없다. 아니 너무 바빠 경황이 없다. “호랭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은 채려야 돼. 하루에 수십 가지 일을 해도 호랭이 한테 안 물려갈라고 정신을 채려갖고 한께.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오늘이 며칠인지 세월도 잊고… 한 몸에 두 지게 세 지게 지고 산께.” 어쩌면 주인 손씨의 이런 투철한 마음가짐이 지금껏 이 자리를 지켜온 노하우가 아닐까. 춘곤증 걱정 뚝! 샛서방고기 먹으면 금풍생이 구이다. 금풍생이는 소문난 맛뿐만이 아니라 별명 또한 특이하다. 너무 맛있어 혼자 숨겨놓고 먹는다고 해서 샛서방고기로도 불린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냐고 묻자 “이날 평생 고기만 구워갖고 샛서방이 뭔가를 몰라” 하면서 주인아주머니는 “하도 맛나고 뼈가 뻣시고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라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얘기한다. 뼈가 뻣센 고기가 맛있단다. 금풍생이는 생선의 배를 가르지 않고 그대로 굽는다. 금풍생이는 내장 먹는 맛으로 먹는다고 할 정도로 내장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가짜 웅담보다 낫다는 샛서방고기의 내장을 먹으면 춘곤증은 싹 가신다고 한다. “묵어봐야 맛을 알아!” “함~ 보약이여, 보약. 자연보약.” “소금도 왕소금에다 구워야 맛있어. 모든 생선은 왕소금에다 구워야 맛있어.” “23년 음식을 해 보니까 정성이 들어가야 되고, 재료가 좋아야 되고, 간이 맞아야 돼.” “마지막은 드시는 분의 입맛이 좋아야 돼. 그래야 맛나지.” 참 지극정성으로 금풍생이를 굽는다. “살이 야물아. 살이 딱딱해 야물아~” 그래서 굽는 데는 20분간이 소요되며 잘 뒤집어줘야 한단다. 유명 만화가인 민신식(61, 서울)씨는 주인 손씨를 타고난 예술가라고 치켜세운다. 여수에 사시는 어머니가 구백식당 주인 손씨를 미각의 예술가라고 칭찬을 자주 한다고 전한다. 주인 맘대로 준 아귀찜의 그 감각 파장이 딱딱 맞았다고 한다. 손님 요구를 무시하고 맘대로 내준 음식이 너무 맛있고 민씨는 위가 나쁜데 매운맛이 위에 전혀 부담도 없었다고 한다. 맛도 황홀하고, 사장님 모습도 황홀하고, 칭찬에 입에 침이 마른다. “자기 돈 내고 먹으면서 식당에서 인터뷰를 위해 고용한 사람 같다”고 하자. 웃는다. 민씨의 대표작으로는 ‘건강을 위한 유전자전쟁’이 있다. 오전 11시, 식당 식구들이 잠깐 짬을 내 새참을 먹으며 난로 위에서 구운 떡을 건넨다.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너무나 밝다. 구백식당의 서대회는 우리 고장의 대표음식으로 여수시 사회 초등학교 3~2학기 교과서에도 소개됐다. 서대회로 생선요리축제에서 최우상을 비롯해 3년 연속 상을 받기도 했다. 한 장소에서 23년째다. 처음에는 백반 집을 했다. 백반 한상에 800원씩 받았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고기는 안 구워 주냐고 생선을 자꾸 찾았다. 손님의 요구대로 고기를 구워주자 남는 게 별로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술안주로 서대회와 금풍생이 구이를 아예 메뉴에 포함시켰다. 86년 술안주로 팔기 시작한 메뉴가 지금은 주 메뉴가 되어 이제껏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정자(65, 서울)씨는 처음 먹어 본 서대회가 새콤하고 달콤하고 정말 맛있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한다. 서대회밥은 양푼에 각종 양념으로 버무린 서대회를 넣고 콩나물과 시금치나물 등을 기호에 따라 넣어 비빈다. 여기에다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풍미가 더해진다.
*서대회무침은 서대의 껍질을 벗겨내고 지느러미를 제거한다. 그래야 노린내가 안 나고 맛있다고 한다. *그다음 포를 떠서 사선으로 회를 썬다. *썰어 놓은 생선을 양푼에 넣고 미리 준비한 물고추와 마늘, 고추장, 설탕, 막걸리 식초를 적당량 넣는다. 그냥 눈대중으로 넣는다. “23년 주무르다 본께 가늠해서 해도 정확해. 정말 맛내~!” *손으로 잘 주무른 다음 잘게 썬 양파를 넣는다. *마지막에 부추와 상추 치커리 등의 갖은 야채를 넣는다. *다시 조물조물 주무른다. 이때 매 주물러도 안 되고 덜 주물러도 안 된다고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네박자(송대관의 네박자)에 맞춰 주물러야 한다고 한다. *깨를 살살 뿌려 마무리 하면 서대회무침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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