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TV와 신문은 온통 꽃소식으로 야단법석이지만 대개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저 부러운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별로 멀리 갈 것도 없고, 오래 다녀와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서 하루 정도 짬을 내어 봄나들이를 한다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4월이면 대게가 맛있는 시기이고 꽃도 천지로 피기 시작하며, 벚꽃은 벌써 피었다 지는 아쉬운 시절이니 잠깐 때를 놓치면 서운한 마음으로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 매년 이맘때다. 항상 마음만이었던 봄여행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쿠켄네트 기자들은 지난 4월 첫째주 주말을 기해 경북으로 떠났다. 말이 봄여행이지 흐드러지게 핀 벚꽃보다 부러질 듯 차려진 한 상을 더 반가워 했던 강행군 경북 맛기행의 리포트를 전한다.
글 : 서원예, 류은영, 이윤화
[오후 5시 : 장생포 명물 고래고깃집, 고래고기 원조 할매집]
<장생포에 들어서서>
한우로 포식한 속을 진정시키며 바로 울산 장생포로 떠났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선정해 두었던 고래고기를 맛보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는 고래잡이가 합법이었던 시절에는 부촌으로 일대에서 유명했던 곳이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겠거니
기대하며 달려간 장생포.
포구에 가면 가슴을 내던질 정도로 시원한 파다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웬걸… 유조선만 떠있는 꺼멓고 우울한 바다가 아닌가. 요즘은 가끔 잡아들여오는 고래가 거액의 경매로 거래될 뿐이고 서로 원조를 다투는 고래음식점들만이, 왕년의 고래 고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적하고 을씨년스러운 바다의 모습은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의 장생포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항구 한가운데에 고래박물관이 올 5월 오픈을 앞두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고래박물관의 오픈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는데, 새로운 장생포의 부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원조할매집 사람들>
제대로 된 고래고기 맛을 확인하기 위해, 짧은 포구를 두어 번 돌고 로또 가게에서 진짜 원조를 재차 확인한 뒤, 55년째 고래식당을 지키고 있는 ‘고래고기 원조할매집’을 찾았다. 입구부터 젊은 남자 사장님이 반갑게 손님을 맞아준다. 원래는 신문사에 다니셨다는 사장님은 어머니, 박숙자 사장의 뒤를 이어 부인과 함께 ‘고래고기 원조할매집’의 전통을 잇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사장님이 들어 오셔서 고래고기에 해 이것 저것 설명을 시작하신다. 이 집은 돌고래도 섞어 쓰는 다른 집들과 달리
밍크고래 고수하고 있다. 밍크고래가 돌고래에 비해 맛도 훨씬 좋고 가격도 비싸다. 현재 포경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가끔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린 고래잡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고래가 그물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 가서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이때는 일명
‘현찰박치기’로 구매하기 때문에 웬만한 현금 동원력이 아니고서는 밍크고래를 고집하기 어렵다.
보통 한 마리에 약 7천만원~1억5천만원까지 낙찰된다고 하니 고래고기집을 하면 근방에서도 부자라는 말이 우스개가 아닌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원조할매집은 울산시내에 분점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다. 박숙자사장님은 멀리서 온 관광객 손님이 오셨다 허탕치고 가는 일 없도록 낮에는 장생포점에서, 저녁 6시 이후에는 시내의 삼산점으로 가 계신다고 한다.
예부터 이 고장의 잔치 음식으로 고래고기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마치 전라도의 홍어요리가 어떤 대소사의잔칫상의 붙박이 음식인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그 옛날엔 장생포 일대에서는 가장 싼 고기가 고래이니 문턱높은 쇠고기를 대신할 지역의 명물이 되었었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지나 쇠고기와 고래고기의 가격이 시소를타서 이제는 쇠고기에 비할 바 없는 고급요리에다 가격까지 비싼 고기가 되었다.
<우리가 맛 본 고래고기들>
메뉴엔 고래
생고기, 삭힌 것, 요리한 것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보통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가장 일반적인 고래고기의 형태인 수육부터
시작하여 신선한 생고기를 양념과 함께 무친 육회, 싱싱한 고래고기를 그대로 썰어낸 생고기, 가슴살과 배쪽살을 살짝 얼린 우네, 수개월~수년간
염장한 꼬리와 지느러미 고기인 오베기... 이 모든 것은 모듬을 주문하면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식사메뉴로는 고래고기 갈비 매운탕과 두루치기도
있다.
흥분된 마음으로 고래고기 모듬을 주문하고 가져간 와인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사장님이 흔쾌히 승락하신다. 드라이하고 묵직한 레드와인을 곁들이니 고래고기의 누린내도 덜하고 고래 풍미가 오히려 오히려 살아나는 듯했다. 배추김치, 부추김치, 양파, 마늘, 풋고추 썰은 것과 이 집만의 비법인 간장 소스, 초고추장 등 반찬이 깔리고 드디어 세련된 솜씨로(의외였음…) 푸짐하게 담긴 고래고기 모듬이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고래 생고기는, 여기가 고래음식점인 걸 몰랐다면 싱싱한 육사시미가 나왔구나 할 것 같다. 또는 기름기가 촉촉히 베어 나온 것이 참치의 뱃살이나 말고기회를 연상케 한다. 양념을 해서 무친 고래고기 육회는 초보자도 먹을 수 있는 친근한 맛이다. 껍질과 붙어있는 부위들은 고래 기름의 느낌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불포화지방산으로 몸에 좋은 성분이라지만, 처음 접할 땐 그 기름진 질감이 뭉클하여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더 힘든 건, 신선도에 따라 다르지만 고래 특유의 노릿한 냄새이다. 이때, 레드와인으로 고래의 기름기와 냄새를 씻어내니 한결 먹기가 좋았다. 우네나 오베기처럼 귀한 부위도 좋은 선도로 먹을 수 있어 뿌듯하다. 아직은 꿈에 생각날 정도로 고래의 누린 맛이 그리운 건 아니지만, 오래 사귈수록 애인의 땀냄새도 친숙해지듯 이번 장생포 여행은 고래의 향취와 좀더 가까워지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고래고기 이렇게 알고 먹자>
1. 오베기 : 꼬리 지느러미로 삶아 나오는데 와사비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이는 소금에 6개월--1년간 절였다가 썰어내는 귀한 부위. 초보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꼬들꼬들하고 쫀득한 차돌베기와 비슷한 질감.
2. 우네 : 가슴살로 목밑에서 뱃살 밑을 말한다. 살짝 얼려서 먹는데 녹으면 뭉클한 질감이 더하다. 서울서는 먹기어려운 부위로 오베기와 함께 가장 고급 부위에 속한다.(남기면 사장님 너~무 아쉬워 하신다.)
3. 생고기 : 갈비살 부위로 고래 사시미이다. 붉은 살이
참치나 육사시미 같다. 맛은 말고기와 유사하다는 의견도많다. 김치, 부추김치, 고추장 등과 곁들여 먹는다. 이 생고기는 싱싱해야만 먹을 수
있는데, 역시 서울서는 이 정도 선도의 생고기를 먹기 어렵다. 수육 다음으로 도전해볼 수 있다. 도전 난이도 중
4. 수육 : 고래고기가 처음이라면 수육부터 먹어보자.
누린내도 덜하고 쫄깃하다. 양고기 수육과 비슷하다고 할 수있다. 냄새가 약간 있지만 먹기에 무난하다. 수육은 젓갈이나 소금을 찍어
먹는다.
1)고래등껍질 부분 : 껍질 바로 아래 전체가 기름으로 되어있다. 쫀득하고 부드럽지만
처음 먹는
사람을 놀랠 만큼 기름지다. 불포화지방으로 피부미용에 좋다. 도전 난이도 중
2)날개,
지느러미부분 : 타원순대모양으로 되어 있다. 다양한 질감을 한번에 느낄 수 있다.
비교적 먹기 에 무난하다. 도전 난이도 중
3)갈비살 익힌 것 : 살코기를 익힌
것이라 약간 퍽퍽하다. 쇠고기 살코기 익힌 것 같아 색이 옅다. 도전 난이도 하
4)목밑껍질
: 색이 진하고 기름지다. 도전 난이도 상
5)턱밑살 : 삼각형의 흰색 고기모양.
쫀득하면서 가장 부담 없고 맛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쫀득한 맛과 부드러운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별미 부위. 역시 맛보기 어려운 부위로 미식가들이 즐기는
부위. 도전 난이도 중
6)대창 : 창자모양. 이 크기로 고래의 크기도 가늠한다. 도전 난이도
중
<고래는…>
고래는 전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다. 크게 수염고래류와 이빨고래류가 있는데, 가장 흔한 예로 밍크고래는 수염고래이고 돌고래는 이빨고래이다. 수염고래는 이빨이 없고 큰 칼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 새우를 먹으면 새우만 남고 물은 갈퀴 사이로 내보낸다.
고래는 고단백이면서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이 지방은 몸에 이로운 지방이기에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혈중응고를 낮춰주는 EPA와
두뇌활동에 좋은 DHA 또한 많다. 말고기와 함께 철 함유량이 높으며 나이신이 많아 피부염과 알레르기에 좋다. 그래서 그런지 고래식당 종업원들의
피부가 모두 맨들맨들 해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박숙자 사장의 피부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사진으로 보는 고래고기 원조할매집>
<고래고기 원조할매집 정보>
- 장생포본점 :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동
335-2
- 052-261-7313 www.gora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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