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화를 이루는 3대 요소는 차와 다구(茶具)와 차인(茶人)의 전신 또는 자세라고 일컬어진다. 다구는 다호(茶壺)를 비롯한 찻잔 등 용기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가운데 특히 다호는 차를 즐기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손꼽힌다. 옛 문헌을 보면 '다호는 차의 아버지'라고 까지 쓰여 있다. 차와 다호가 그만치 불가분의 관계라는 이야기다.
보이차를 즐기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다호는 두말한 나위도 없이 자사호(紫砂壺)다. 자사호는 중국 이싱(宜興)지방의 특수한 흙으로 만든 것으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오래 전부터 차인들 사이에서 애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사는 오색토(五色土)라고 불릴 정도로 신비한 색상을 나타내는 흙이다. 하지만 다섯 색깔 가운데 붉은색이 나는 주니호(朱泥壺)가 으뜸이란 평판이다. 자사호는 고온(1200℃)에서 구워낼 뿐만 아니라 유약 처리를 하지 않아 순수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호는 숨쉬는 다호의 대표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사실 자사호로 보이차를 우려내지 않고선 본래의 맛과 향과 색깔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은 보이차를 다른 다호로 우려내 보면 금세 판별할 수 있다. 좋은 자사호로 보이차를 우려내면 자사호가 찻물을 머금은 생명체인 양 느껴진다.
게다가 자사호의 조형미나 인각된 글씨나 그림은 예술성의 극치가 무엇인지 아울러 맛보게 해준다. 좋은 자사호를 선별하는 기준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사호의 뚜껑으로 몸체를 살짝 비벼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다호에서 깨진 소리가 들리면 잘못된 것이고, 무거운 소리가 나면 낮은 온도에서 구워진 것이다. 자사호는 모름지기 높고 맑은 소리가 나야 좋은 법이다.
둘째, 다호의 모양이 균형감이 있는지 여부와 출수(出水)가 잘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출수할 때 자사호의 뚜껑 쪽에서 물이 새어 나오면 사용할 때 불편을 겪게 마련이다.
셋째, 다호의 내부를 살펴볼 일이다. 자사호 내부의 처리된 상태를 보면 그 자사호의 가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한 것과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든 것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 것을 전제로 다호의 색깔과 다호 표면의 장식, 다호의 크기 등이 마음에 들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즐기려면 큰 다호가 필요하겠지만 서너명이 즐기려면 작은 다호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좋은 자사호는 당연히 값이 비싸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사호라는 이름의 것이면 무조건 비싼 것이고 그것이 좋은 것인양 착각해서는 안된다. 자사호에도 저가의 조악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 출처 : 2004년 4월 19일 월요일 FOCUS 5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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