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B

옥전산방

청원1 2010. 2. 19. 08:59
음식의 소중함을 알려주다…'옥전산방'


30여가지의 반찬.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경남 양산시 하북면 백록리 '옥전산방'으로 향하던 날 부산에서는 보기 드물게 눈이 제법 날렸다. 눈도 오고, 겨울이 겨울 다워야 농사가 잘된다. 설을 앞두고 내린 눈이 서설(瑞雪) 같아서 마음이 푸근하다. 기와집에 붙은 '약초양념연구원', '한국한시연구회 양산지회' 간판이 옥호보다 더 눈에 띈다. 밥 짓는 냄새가 난다. 배고픈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냄새는 세상에 없다.

밥상에는 벌써 꽃이 피었다. 백, 흑, 황, 적의 화사한 전 위에 매화꽃잎이 다소곳이 앉았다. 화전의 맛을 보며 음식은 오감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무공해 채소+어머니의 손맛

1만3천원 밥상에 반찬이 30가지

"밥이 약이라는 마음으로 만들어"

예약제로만 운영

매화꽃이 올려진 화전.
우선 밥부터 보자. 뽕잎 가루와 잡곡을 섞어서 지어 영양 만점이다.

돌아다니며 먹어보니 밥이 제일로 맛이 있다. 강원도 철원산 좋은 쌀로 밥을 지었단다. 청국장은 개운하다. 그래서 약간 심심한 듯도 하다.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아 신기하다. 발효가 잘 되면 청국장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청국장을 띄울 때 시기를 잘 맞춰 조절을 해야 한단다. 모든 일에 시기가 중요하다.

놀라지 마시라. 반찬이 30가지가 넘는다. 처음 보는 산야초들이 꽤나 있다. 스님들이 많이 먹는다는 고수나물, 처음에는 비릿하지만 먹을수록 괜찮다. 이 좋은 걸 왜 스님들만 드실까. 참죽나물의 어린 순은 아주 산뜻하고, 호박 샐러드는 새콤달콤하다. 돌나물에서는 비린내도 안 나서 마음에 든다. 3년 묵은 당귀 장아찌도 밥 먹기에 좋다. 음식들이 다 순해서 마음에 든다. 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천연 양념을 사용해서 그렇단다. 맛있는 밥을 한 그릇 더 먹었다. 배불리 먹었는데도 속이 편안하다. 산머루, 산포도, 오디가 들어간 열매주를 한 잔 얻어 마셨다. 여기서는 술 한 잔도 약이다. 이렇게 야채상 밥상이 1만3천원이니 참 착한 가격이다. 영축산, 천성산, 신불산 등 지역 명산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과 텃밭에서 무공해로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들었다. 이렇게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산야초 위주의 식재료.
옥전산방 대표 정판임씨는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나 어려서부터 산야초에 관심이 많았단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 문득 옛날에 어머니가 해주신 야생초 밥상이 생각나 자연식으로 바꾼 후 약선에 눈을 뜨게 됐다. "회나 고기보다 이렇게 조금씩 여러 가지를 먹는 게 몸에 좋습니다." 여기서 음식을 한지 11년째. "음식을 하기 싫어서 도망을 간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손님들이 찾아와 밥 먹고 나가며 고맙다고 합장을 한 모습을 본 뒤로는 밥이 약이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면 호흡이 가빠지고 음식을 만들기 어려워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재료가 떨어지면 손님을 안 받는다. 돈 벌기는 그른 것 같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집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답니다." 봄이 되면 찬거리가 지천으로 널렸단다. 봄에 나는 두릅, 쑥, 질경이, 찔레꽃, 아까시, 다래순 나물을 맛보러 오란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천성산 밑 솥발산공원묘지 입구. 055-383-0235.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