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종사찰 탐방>-①임제사·백림선사
※ 편집자주 = 조계종(曹溪宗)은 중국 선불교(禪佛敎) 가운데 혜능(慧能·638-713)대사 문하의 선법인 남종선(南宗禪)을 잇고 있다. 조계(曹溪)라는 말은 광둥(廣東)성 조계산 보림사(普林寺·지금의 남화선사)에 머물면서 크게 선풍(禪風)을 일으켰던 곳의 지명이자 혜능대사의 법호이다. 한·중 교류의 해를 맞아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이 '선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마련한 '중국 선종사찰 탐방'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이 탐방은 5일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의 임제사(臨濟寺)를 시작으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근처 소림사(少林寺), 안후이(安徽)성 천주산(天柱山)의 산곡사(山谷寺), 광둥성 사오콴(韶關)의 남화선사(南華禪寺)에 이르기까지 중국 대륙을 종단하며 7일간 진행됐다. 일반 불자 6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불교계에서 '선(禪)의 전도사'로 불리는 고우(古愚·71) 전 각화사 선원장이 해설자로 동행했다.
한국불교 선종의 유래지 임제사
조주선사의 뜰 앞에는 측백나무
(스자좡=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성도인 스자좡(石家莊) 인근 청딩(正定)시에 위치한 임제사(臨濟寺)는 한국불교 선종(禪宗)의 뿌리와 같은 곳이다. 신라시대 도의(道義·생몰년 미상)국사가 784년 당(唐)에 가서 마조 도일(馬祖 道一·709-788)선사의 제자인 서당 지장(西堂 智藏·735-814)대사의 선법을 전해받아 821년 귀국해 강원도 진전사(陳田寺)에 머물며 한반도에 처음으로 남종선(南宗禪)을 전했기 때문이다.
지장대사의 스승인 마조선사는 혜능대사와 남악 회양(南嶽 懷讓·677-744)의 법맥을 잇는 인물이어서 한국불교 선종의 뿌리인 임제종은 혜능대사를 거슬러 올라가 선불교의 초조(初祖)인 보리 달마(菩提 達磨·생몰년 미상)대사에 닿아 있다. 이처럼 신라시대 이후 고려말 승려 태고 보우(太古 普愚·1301-1382)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 선종은 모두 임제종의 법맥을 이었다.
청딩시내에서 2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임제사는 임제종의 개산조인 임제 의현(臨濟 義玄·?-867) 선사가 주석했던 도량이자 그의 부도가 있는 곳이다.
임제사는 한국불교 선종의 유래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몇 채의 전각들이 아담하게 들어서 있고, 그 중앙에 임제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33m 높이의 9층 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여야 비로소 해탈을 얻어서 참사람이 된다"고 말했던 임제선사는 "현실을 떠나 따로 진리가 없다"고 강조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가장 소중한 나의 부처님이다. 항상 지금 내가 처해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라. 그러면 그곳이 정토(淨土)가 된다"(隨處作主 立處皆眞)고 설했다.
임제선사의 이 같은 사상은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우뚝 솟아 있는 사리탑처럼 끊이지 않고 계승돼 한국불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임제사 인근에는 선종 사찰은 아니지만 융흥사(隆興寺)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자리잡고 있다. 융흥사는 청(淸)나라 때 보수한 황실 사찰로 금색 기와를 얹은 당우가 찬란하고 22m에 이르는 거대한 청동 관세음보살상은 전각의 3층에 올라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서기 586년 수(隋)나라 때 창건된 이 사찰은 용장사(龍藏寺)로 불리다가 황제를 상징하는 용(龍)자를 뺀 뒤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송(宋)나라 때 건축된 마니전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목조건물로 중국 국가유물로 지정돼 있다. 이 건물 안에는 명(明)나라 때 그린 불화가 좌우 벽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뒤편에 입체적으로 조성한 관음보살상이 아름답다.
사찰 내 자씨각(慈氏閣)에는 중국 오대산 통나무로 만들었다는 거대한 미륵부처가 봉안돼 있다. 이곳은 송(宋) 태조가 기도 후 황제에 등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내에는 청나라 강희·건륭황제의 비석을 비롯해 유물·유적이 많고 황제들의 숙소인 행궁(行宮)까지 있어서 관광객이나 참배객들이 청딩시를 방문했을 때 주로 찾는 곳이다.
임제사가 있는 청딩시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차오시엔(趙縣)에는 당나라 고승 조주 종심(趙州 從심<言+念>·778-897) 선사가 40년간 주석하며 선풍을 일으켰던 백림선사(栢林禪寺)가 자리잡고 있다.
남천 보원(南泉 普願·748-834) 선사의 법을 이어받은 조주 선사는 선문(禪門)에서 가장 많은 화두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80세부터 119세에 입적할 때까지 주석한 백림선사의 입구 왼쪽에는 원(元)나라 때 조성한 30m 높이의 7층 전탑인 사리탑이 있다. 황제의 명으로 조성한 조주 선사의 사리탑 앞면에는 '特賜大元 趙州古佛 眞際光祖 國師之塔(특사대원 조주고불 진제광조 국사지탑)'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백림선사는 뒤편에 1천여평 규모의 거대한 대법당이 세워져 있다. 웬만한 실내 체육관보다 규모가 큰 이 법당은 이 사찰의 전 방장(한국의 주지)이었던 정혜 스님의 활약으로 세계 각국의 화교 불자들이 시주해 지었다고 했다.
조주선사가 이곳에 머물며 수행승과 법거량(수행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문답)을 할 때 "무엇이 조사(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라는 질문에 대해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庭前柏樹子)"라고 대답한 것에서 후대에 자주 사용되는 '뜰 앞의 잣나무'라는 화두가 나왔다.
조주선사는 당시 주석했던 관음원(지금의 백림선사) 앞의 나무를 가리키며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뜰 앞의 잣나무'는 실제로 '측백나무'임을 이곳 사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중국 선종사찰 탐방'의 해설자로 동행한 고우(古愚)스님은 "불교의 화두는 형상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며 "선(禪)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원류(源流)라는 말에 얽매여 한국이니 중국이니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 가치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개인의 삶에 도움을 얻을 뿐 아니라 그것을 사회화해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부처의 정신을 따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ckchung@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03/12 15: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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